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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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심사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0 조회수529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7-10)

요한 크리소스토모(John Chrysostom) 성인이 말했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는 수가 많다. 그러나 만약 하느님을 위하여 동료들에게 착한 일을 하고 있다면 동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착한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면 ‘존중(human respect)’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영성 신학에서는 라틴어를 잘 못 번역하여 많은 오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 많다. ‘존경(respect)’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respicere’에서 나왔는데, 이는 ‘너무 자꾸 뒤를 돌아 보다(too look back)’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신이 한 착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를 점검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왼 손이 한 짓을 오른 손이 알게 하려는 심사가 밑바닥에 깔려 있고’,  ‘생색을 내려는 심보가 숨어 있는 것’이다.
결국 ‘칭찬을 받으려고 행동을 한 셈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의로운 행동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존경’을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명하신 의무를 다른 사람이 못하게 하는 것(Another person prohibiting you from doing your duty commanded by God)’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라틴어 말뜻대로라면 ‘남에게 감동을 주었는가 찾아 내려고 하다’ 또는 ‘자신의 명성이 자자한지 알려고 하다’고 번역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잘 감사할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감사를 받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시들하면 하던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감사를 받고 싶은 심사는 분명히 비뚤어진 것이다.
자신은 남에게 감사를 잘 하지 못하면서 남이 자신에게 감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기적인 심사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남에게 감사 받기를 기대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이 귀에 거슬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면 자유롭게 된다. 만약 자신이 감사를 받으려고 하면 자신은 거지가 되고 만다.
거지는 명령을 하고 원하는 ‘감사’를 살 수 없다.
감사를 강요하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감사를 받지 못하게 된다.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실망할 것도 없게 된다. 감사는 일종의 칭찬이기도 하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자녀들은 부모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만약 부모가 자녀들에게 감사를 강요하면 거지가 되고 만다.
자녀들에게는 낯선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대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하여 그 사람들이 즉시 감사하는 말을 하면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무한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순수한 동기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의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여 일을 끝내게 되면 동전 몇 닢을 구걸하는 거지처럼 되지 않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관대한 것은 누가 받는지 모르고 주는 것이며 누가 주는지 모르고 받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면 주는 사람은 부담을 갖지 않게 되고 받는 사람은 감사의 빚을 지지 않게 된다. 주는 사람은 아낌 없이 주시는 하느님께 드린 것이 되므로 받는 사람은 의로움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의로움”이란 하느님의 눈으로 보아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인간의 눈으로 봐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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