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0월 27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7 조회수959 추천수18 반대(0) 신고
 

10월 27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 루카 13,18-21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기적 같은 평화로움의 비결>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분의 본업은 봉사입니다. 특기도 봉사입니다. 취미 역시 봉사입니다. 여기저기 어려운 시설만 골라 다니십니다. 여러 일들 가운데 꼭 필요한 일, 굳은 일, 때깔나지 않는 일만 도맡아서 하십니다.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 보면 가슴 아파 어쩔 줄 몰라 하십니다. 자주 다녀가시지만 언제나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다녀가십니다. 차라도 한 잔 대접하려고 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너무나 착해빠져서인지, 아니면 너무 열심히 봉사하셔서 그런지 병이 나셨답니다. 내일 아침 수술에 들어간답니다. 부디 수술이 잘 되고, 경과가 좋아서 그 좋아하시는 봉사 계속할 수 있게 되길 기도드립니다.


   제가 생각할 때 꽤 심각한 병인데도, 조금도 심각한 기색이 없습니다. 저는 소식을 듣자마자 ‘하느님도 무심하시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한탄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언제나 그랬듯이 쾌활한 목소리로 남 이야기하듯이 태연하기만 합니다.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롭기만 합니다.


   그 ‘기적 같은 평화로움’의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분 내면에 이미 어느 정도 하느님의 나라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풍요로운 자비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지, 그분의 위로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주실 상급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하느님 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하는 의문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의문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 나라의 풍성함은 바로 하느님 자비의 풍성함, 하느님 사랑의 풍성함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하느님 나라는 크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위로가 한도 끝도 없이 흘러넘치는 곳이 아닐까요?


   따뜻한 봄볕이 꽁꽁 얼어붙어있던 대지를 소리 없이 녹이듯이 그 숱한 우리의 죄악과 부족함, 실수와 과오들이 크신 하느님 자비 앞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그런 곳이 아닐까요?


   참혹하리만치 견디기 힘들었던 우리들의 고통이나 좌절, 분노, 끝도 없는 방황... 이 모든 괴로움들이 크신 그분의 위로 앞에 자취 없이 사라지는, 그래서 부드러운 그분의 손길만이 우리 영혼을 어루만지는 사랑으로 충만한 곳이 아닐까요?


   어쩌면 그러한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이 땅에서부터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능하다면 이승에서부터 최대한 만끽해야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또 다른 세상에서 맞이하게 될 하느님 나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려야만 하는 하느님 나라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가 풍요로운 하느님의 자비 안에 살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와 닿는 현실이 아무리 팍팍하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하느님을 굳게 신뢰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