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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당신 집에 대한 열정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9 조회수1,215 추천수15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 당신 집에 대한 열정

 


 

 

점심을 먹고 방에 올라와서 잠깐 묵상을 한답시고 창문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습니다. 창문 밖은 훤히 트여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니 비가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빗물은 창문에도 튀겨 조금씩 시야를 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은 점차로 먼 곳이 아니라 물이 튀긴 창문에 머물기 시작하였습니다. 억지로 먼 곳을 바라보려 해도 창문의 물방울이 시선을 더 잡아끌었고 더 이상은 먼 곳의 경치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쳐있었고 창문은 말라있었습니다. 밖에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진리이지만 사람은 눈앞에 있는 것 먼저 보게 되나봅니다. 내 앞에 있는 창문을 깨끗이 닦지 않으면 밖은 볼 수 없고 창문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만약 운전을 하는 경우라면 더 위험하겠지요.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는데 한 번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와이퍼를 작동시켜 보았지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야 했기에 조금 운전하고 가다가 눈이 차 유리에 쌓여 앞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면 차를 멈추고 내려서 유리를 닦고 또 다시 운전하고 가다가 또 멈추고 하는 것을 수 없이 반복하며 부대에 복귀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전설에 의하면 교황 이노첸시우스 4세와 토마스 아퀴나스가 교황청의 발코니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중세 때의 교회의 부와 권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았고 낮은 위치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마침 교황청으로 돈 주머니가 수송되어 오는 행렬이 있었습니다. 교황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저기 봐요. 이제는 ‘금과 은은 내게 없노라’고 교회가 말하던 그런 시대는 지나갔소.”

이 말은 성전에서 교회의 수장이었던 베드로와 함께 요한이 지나갈 때 앉은뱅이가 자선을 청하자, 베드로가 대답했던 말을 인용해 그 때처럼 가난한 교회가 아니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토마스 성인이 이를 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앉은뱅이더러 ‘일어나 걸어라.’하고 교회가 말할 수 있던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시선을 집중하면 멀리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세상 것에 먼저 시선을 두면 세상 것 안에 머물러 주님이 주시는 초자연적인 은총은 얻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토마스가 말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영과 육은 서로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육에 치우친 사람은 영적인 삶을 절대로 살 수 없게 됩니다.

 

바로 이 이유가 오늘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이유입니다. 당시 성전도 기도하는 집이었고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장사꾼과 속임수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나 기도할 수 있었겠습니까?

만약 먼 곳에서부터 제물로 봉헌할 소나 양을 끌어 올 수 없어서 그것을 팔아 돈으로 가져왔는데 성전에 오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고작 다리 한 짝이 불구인 비둘기 한 마리라면 그것을 바치면서 어떻게 기도에 집중이 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사기 쳐서 얻은 수익의 얼마는 그 곳에서 장사를 하도록 허락한 성전 사제들에게 돌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그렇게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쫓아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표징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46년 동안 지은 성전을 허물면 3일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성전이 정화되면 사라졌던 표징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는 당신의 몸이 죽어서 땅에 묻혀 있다가 삼일 만에 다시 살아 부활하리라는 의미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나서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전이 바로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닫게 됩니다.

성전이 정화되지 않으면, 즉 그들 마음의 성전을 깨끗이 닦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셨다가 부활하셔도 그것은 더 이상 그들에게 표징으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의 눈이 세상 것들로 더럽혀져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라떼라노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떼라노 성전은 베드로 성전이 증축되기 전까지 천년 넘게 교황님이 계시던 성당입니다. 그 앞에는 성 프란치스코의 동상이 크게 서 있습니다. 교회는 너무 크고 부자였고 프란치스코는 거지였습니다. 처음엔 프란치스코를 이해하고 알아보지 못했지만 프란치스코가 이 허물어져가는 라떼란 성당을 어깨로 떠받치고 있는 꿈을 꾸신 교황님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회헌을 받아들이고 인준하여 줍니다.

우리 각자도 작은 성전들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이 사시고 또 우리도 그리스도의 몸을 영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 것에 눈을 빼앗긴다면 예수님의 채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고 했듯이 성전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성전이 세상의 어떤 것들로 더럽혀져서 하느님의 집이라기보다는 정화가 필요한 집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묵상해보고 항상 우리 성전을 더럽히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정화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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