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코피 터진 애띤 청년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7 조회수404 추천수2 반대(0) 신고

 

 한 달만에 가브리엘 형제와 함께 봉사를 했다. 역시 혼자 하는것 보다는 서로 버팀목이 되어 줘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날씨가 싸늘 해져서 역사 대합실 안에는 제법 노숙인들이 많다. 지난 겨울에도 지켜 보았지만 올 겨울은 어떻게 이분들이 지낼지 걱정이 된다. 시간이 흐를 수록 체력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져 가고 우리가 해줄 수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마음이 착잡하다.

열차에 달려들어 자살하는 사건이 자주 터진다고 이곳 저곳에서 수군거리고 있다. 오늘도 열차에서 내린 어떤 손님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자살사고가 나서 열차를 바꿔 타고 왔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이곳 주변은 어수선하다.

 혼자 봉사를 하고 있을 때 몇 번 함께 도와주던 야고보라는 형제가 지난 추석 봉사때 같이 해 주지 못해 미안해 한다. 그러면서  광야교회에서 주방일을 맡게 되었고 봉급도 얼마 받는다고 하며 오늘 일부러 인사하러 왔다고 한다. 그동안 그 형제에게 내가 버팀목이 되어 주었는가 보다.  그래도 그 형제는 개신교에서 일한다는 것이 마음속으로는 부담이 되는가 보다.  그곳에서 예배를 드려도 하느님께서는 그 사정을 다 아시니 마음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라고 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주변의 생활 환경은 유혹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강하게 먹고 주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이곳 환경에서 벗어 나,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없으니 "주님은 늘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도로 극복하라고 충고를 하여 주었다.

 비록 짧지 않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같은 믿음 안에서 야고보 형제의 외롭고 소외된 삶을 나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을 주었는가 보다. 또한 그 형제의 표정에 읽히는 섭섭한 마음을 읽는 순간 코 끝이 찡하다. 이것이 정이로구나! 지난번에 준 손목 묵주와 9일기도서를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친구에게 주님과 성모님의 보살핌이 있기를 기도드린다. 이런 작은 사연들이 이곳에서 봉사하는 보람과 주님이 주신 사명에 힘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너희가 나를 부르며 다가와 나에게 기도하면 너희 기도를 들어 주겠다"(예레29,12). 주님, 주님만을 믿습니다.

 

코피가 난다고 휴지가 있으면 달라고 하는 애띤 젊은 청년이 나에게 왔다. 보아하니 불량배 같지도 않고 더욱이 노숙인 차림은 아니다. 커피를 권하며 이것 저것을 물어보니 깜밖 졸다가 아산가는 열차를 노쳐서 새벽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건축기술 직업학교에 다니고 개신교에 다니는 21세의 청년이다. 형제를 물으니 찢어졌다고 한다. 언듯 이해가 안가서 다시 물으니 아버지와 자기, 엄마와 동생 이렇게 갈라진,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청년이다. 순간 정신이 멍해 졌다. 괞히 가족을 물어 봤구나하고 후회를 했다.

 얼른 화제를 돌려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직업학교에 다니니 꿈을 크게 가져 건축가로서 아니면 기능장으로서 성공을 마음에 깊이 새겨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매진하라고 독려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꿈이 이루어 지면 오늘 여기서 본 많은 노숙인들의 어려운 삶을 기억하여 베품의 삶을 펼쳐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하였다. 대답은 씩씩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말씀에는 힘이 있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 열매를 맺는 다는 것을 보았다. 이사야서 55장 11절  "내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에서도 그 말씀이 있지 않은가! 오늘 밤 그 청년이 본 노숙인의 삶이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으리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