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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인에게 칭찬 받은 불의한 집사" - 11.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6 조회수501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6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로마15,14-21 루카16,1-8

                                              
 
 
 
 
 
 
"주인에게 칭찬 받은 불의한 집사"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마음에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여
살 길을 마련한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는 주인은 바로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다.’
제가 즐겨 인용하는 짧은 말마디입니다.
 
뜬 구름 잡는 영성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영성입니다.
 
‘농민을, 농촌을 살리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라는
어느 선각자의 말 역시 현실적 지혜를 반영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듯이
먹고 마시고 숨 쉬어야 구경도 놀이도 있습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도 식생활의 해결되지 않고는 사상누각입니다.
먹어야 미래도 문명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입니다.
정치도 결국은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경제문제로 귀결됩니다.
 
아주 엄중한 삶의 진리입니다.
문제는 미래보다는 당대만 생각하여
지나친 자원 낭비로 인한 오염과 쓰레기로 미래가 위협받는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복음의 불의한 집사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집사의 소행이 분명 잘못됐습니다만
옳고 그름을, 참과 거짓, 선악을 따지기에는 그 상황이 절박합니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부도를 당하여 정직하게 있는 돈 다 내놓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도의 먹고 살 것은 남겨 놓는 것이 현실적 지혜입니다.
 
우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결정 후 대담하고 민첩하게 실행에 옮겨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탕감해주어
먹고 살아갈 미래를 마련하는 불의한 집사입니다.
 
행위는 나쁘지만 어떻게 합니까?
주인은 손해를 봐도 큰 지장은 없겠지만
불의한 집사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말입니다.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로우라.’ 는 주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생존경쟁 치열한 이리떼 세상에서
먹고 살아가기 위해 순박함과 더불어 삶의 지혜는 필수입니다.

오히려 복음의 주인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기민하고 영리하게 대처하여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여기 ‘영리하게’ 라는 단어는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여
신랑을 기다렸다 맞이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를 칭찬할 때도 나옵니다.
 
주님은 영리하게 대처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현실적 지혜의 사람들을 칭찬하십니다.
 
아마 복음의 주인은 불의한 집사의 처사를 묵인하면서
내심 안심했을 것입니다.
 
여기서도 자비하신 주님의 면모가 은연중 드러납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하느님을 믿는 빛의 자녀들이라 하여
마냥 순진하게 살다가 손해 볼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세상의 자녀들 못지않게
현실적 지혜를 발휘하여 제 살 길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복음의 집사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자책감이나 죄책감의 늪에서
즉시 벗어나 기민하고 영리하게 먹고 살아 갈 미래를 마련했습니다.

1독서의 사도 바오로 역시 미래에 대해 아주 적극적이고 개방적입니다.
 
선의, 충만, 능력, 확신, 은총, 대담, 성령, 자랑, 명예 등
온통 밝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단어로 가득 차 있는
미래 지향적인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서간입니다.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복음 선포의 비전으로 충만한,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현실적 지혜의 사람 사도 바오로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하늘나라의 비전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시고
현실적 지혜를 발휘하며 오늘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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