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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삶" - 11.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5 조회수366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4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로마13,8-10 루카14,25-33

                                                          
 
 
 
 
 
"아름다운 삶"
 
 
 

가을 은행나무 밑 노랗게 깔린 단풍잎들이 참 환상적인 아름다움입니다.
 
저절로 떠오른 글입니다.
“똑바로 잘 큰/가을 은행나무
  밑에 깔린/아늑한 노란 단풍잎들
  잘 큰 사람은/자취도 아름답다.”

본질로 서있는 가을 은행나목 밑에 깔린 노란 단풍잎들,
아름다움 자취의 인생을 상징합니다.
 
주님의 제자 되어 살 때 아름다운 자취의 인생입니다.
 
누구나 예외 없이 주님의 아름다운 제자 직에 초대 받고 있습니다.

첫째, 주님을 우선적으로 사랑할 때 아름다운 제자의 삶입니다.

분도 성인 역시 그의 규칙에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 직의 첫 조건으로 주님은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나를 포함해 가까운 어느 누구도 주님보다 더 사랑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를 포함해 보이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궁극의 사랑을, 중심을 두어선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사랑하되 궁극의 사랑은 하느님께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사람들에 사랑을 두었다가
배신이나 변심, 변절로 절망하여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습니까?
 
주님께 궁극의 사랑을 둘 때 어떤 경우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주님께 사랑을 둘 때
역설적으로
이웃에 대한 집착 없는 사랑, 순수한 사랑, 항구한 사랑이 가능합니다.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음으로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이 됩니다.


둘째, 제 십자가를 지고 항구히, 묵묵히 주님을 따를 때
      아름다운 제자의 삶입니다.

역시 주님은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제자가 될 수 없음은 물론 구원도 없습니다.
 
제 십자가 없이는 주님을 따를 수도 없고 구원의 길도 없습니다.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누구나 제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운명의 십자가일 수 있고, 책임의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용감히, 기꺼이 내 운명을 사랑하면서,
책임을 다하면서 제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따를 주님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축복인지요.
 
무거운 십자가만 있고 따를 대상이 없다면
엄습하는 삶의 무의미와 허무감에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얼마 못 가 무너질 것입니다.
 
사랑은 추상적이거나 막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항구히 책임과 신의를 다하는 의지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없어도
제 운명의, 책임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보다
숭고한 주님 사랑은, 이웃 사랑은 없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가족을 위해
그 책임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가는 아버지나 어머니들
그대로 주님 사랑의 진정성을, 자녀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셋째, 부단히 안팎으로 버려갈 때 아름다운 제자의 삶입니다.

주님은 역시 이점을 분명히 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말씀이 많이 과격하지만
버림의 중요성을 강조한 충격 요법의 표현으로 봐도 좋습니다.
 
이런 철저한 포기는 못 되더라도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소유에 노예 되어 살지 말고 충만한 존재의 주인 되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소유에 소유되어 자기를, 영혼을 잃고 사는 사람들 얼마나 많습니까?
 
살아갈수록 비대해지는 몸처럼
살아갈수록 늘어나는 게 우리의 삶 같습니다.
 
하여 부지런히 깨어 안팎으로 비우고 버리고 떠나는
이탈의 초연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저절로 비우고 버리고 떠나기 마련입니다.
 
가을 되어 소리 없이 단풍잎들 떠나보내는 가을나무들처럼
부단히 버리고 비워 나목의 본질로 남는 삶, 바로 이게 무욕의 사랑입니다.
 
사실 이보다 다 좋은 죽음 준비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저절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제 십자가를 충실히 질 수 있으며 버림의 삶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제 십자가를 지는 수행, 버림의 수행 등
우리의 모든 수행들을 통해 표현되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우리 모두에게 이웃에 대한 깨끗한 사랑을 촉구합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이런 이웃에 대한 거짓 없는 사랑, 순수한 사랑이 가능함을 깨닫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당신의 아름다운 제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당신의 은총으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시편112,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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