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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께서 영적 父子관계를...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5 조회수545 추천수1 반대(0) 신고

  

비가 그치더니 바람이 차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 더욱이 노숙인들은  또 겨울을 날 것을 크게 걱정하며 마음이 납덩이 같이 무겁고 시베리아 벌판같이 한파가 몰아 칠것이다. 더러는 생을 마감하는 노숙인들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노숙인들의 마음 헤아림을 이제 이곳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내 일같이 그분들과 하나가 된것이다.

 지난 토요일(09,10,31)은 주님의 특별한 인도로 소개 받아 함께 이곳에서 봉사를 하게된 주님의 귀염둥이 손가브리엘(송천동본당)의 견진대부가 된 날이다(참조 굿뉴스 신앙체험란 6월9일자 게재 '주님의 천사 라파엘을 만나다'). 오로지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만 공유하고 있었지 그외는 전혀 아무런 정보도 서로 갖고 있지 않던 미지의 상태에서, 살인의도를 갖고 길을 나섰던 한 젊은 이를 주님께서 그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나를 역대합실에 손가브리엘 형제를 절두산 성모상 앞에 각각 포스트를 세워 우리를 도구로 쓰시고 주님의 섭리로 끈을 맺어 주셨다.

마치 하바쿡선지자를 주님의 천사가 정수리를 붙들더니 머리채를 잡고 영의 위력으로 바빌론에 있는 다니엘에게 데려다 놓은 형상아닌가! 이렇게 주님은 오묘하시다. 그래서 맥풀린 손목과 힘빠진 무릎을 다시 세워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다.

 

지금 까지는 신앙의 형제로서 함께 봉사를 하였으나 오늘 부터는 영적인 父子관계로 영원토록 함께하는 동반자인 것이다. 날씨가 몹시 춥다. 오늘은 하느님의 사랑의 불길이 노숙인들의 마음에 차와 쵸코파이를 통해 전달되고 그 안에서 싹이 틀것을 희망한다. 노숙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달라고 벌써 부터 채근한다. 이제는 서로가 숙달이 되어 호흡이 착착 잘 맞는다. 누가 보아도 우리는 주님 앞에 부자다.

오늘은 이색의 집나온 가장을 만났다. 밤 1시 반경쯤 커피를 마시고 난후에 그 자리에 앉아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말투가 몹시 도전적이며  치고 빠지는 데 선수인것 같다. 화를 낼 것 같으면 웃음으로 넘어가고 순간 순간 위기를 잘도 넘어간다. 서울은행의 근무경력이 있는 중견간부급으로 노동조합에서 잔뼈가 굳은것 같다. 한참을 관찰하더니 우리보고 대단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을 미소를 띄우면서 할 수 있느냐?고, 궁굼한가 보다. 그래서 가슴에 있는 십자가를 가르키며 이것이 답이라고 했다.

 

봉사가 끝나갈 무렵 이 형제가 문제점을 이야기 하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오늘 집에서 술은 먹은 상태에서  초등학교 아들 사이에 불화가 있어 손찌검을 하였더니 112에 신고를 하여 경찰관이 와서 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고!!!

경찰관의 설명이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법적조치가 따른다고 하며 잘 아이를 타이르라고 했단다.

신문지상으로 또는 방송에서 보고 들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당한 당사자를 만나니 나도 난감하였다. 좀 시간이 흐른후 나도 당신같은 심정일 것이다. 왜 화가 아니라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어린 초등학생아닌가! 어른이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물며 당신은 아버지 아닌가.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그 문제가 일어나 다행이지, 좀더 커서 발생하였다면 부자간의 인연도 끊어지지 않았겠나? 그리고 오죽했으면 어린아이가 그렇게 하였겠나? 하고 역으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또한 형제님 말투를 보니 어디 사람들이 당신 옆에 가겠나? 그렇게 되면 당신은 외톨이 신세밖에 더 되겠나? 나이 많은 선배로서 충고하니 말하기 전에 한번 또 생각하고 말하면 실수를 주릴수 있겠다고 했다. 이왕 집을 나왔으니 2~3일간 여행을 하고 머리를 식히고 집에 가면 분명히 아들이 잘못했다고 할테니 용서해 주고 아버지로서의 잘못한 점도 아들한데 사과하라고 설득하였다.

이 형제 잠자고 듣고 있더니 불쑥 자기 아들을 데리고 여기오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매주일 밤부터 익일 새벽까지 봉사하니 맘 내키는 대로 오도 된다고 하였다. 얼굴에 수심이 걷치는 듯 밝은 모습을, 목소리가 한결 가볍다. 고맙다고 연실 말하면서...

이렇게 "작은 일에 성실하는 이가 큰 일에도 성실하다"는 말씀을 속으로 곰씹으며 뜻을 간직한다.

 

문이 여닫힐 때마다 찬 바람이 매섭다. 연실 춥다고 하며 차를 한잔 달라고 한다.  차를 받아든 손이 덜덜 떨며 차를 마시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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