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4 조회수1,528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1월 4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Everyone of you who does not renounce all his possessions
cannot be my disciple.
(Lk.14.33)
 
 
제1독서 로마서 13,8-10
복음 루카 14,25-33
 
 
오늘 오전에 인천교구 답동성당에서는 장례미사가 있습니다. 인천교구의 한 젊은 사제의 장례미사이지요. 이제 서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신부, 그런데 아쉽게도 주님 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신부와의 추억들이 하나 둘씩 떠오릅니다. 제가 보좌신부 때 신학생으로 함께 캠프 갔던 일, 수영장 다니던 일, 청년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일들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신부가 직접 로스팅해서 내린 커피를 함께 마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면서 후회도 참 많이 듭니다. 그때 내가 왜 더 따뜻한 말을 못해줬을까? 그때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등등……. 후회되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어제 아침 답동성당에서 문상을 하고 미사를 봉헌하는데, 주례와 강론을 해주신 원로 신부님께서 죽은 그 신부를 향해 “이 못된 놈아~”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원로 신부님이 바로 죽은 신부가 신학교 들어갈 때 추천서를 써주신 아버지 신부님이거든요. 아버지보다 먼저 죽은 아들이라 못된 놈이고, 한 명의 사제를 만들기 위해서 교회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데 본전도 뽑지 못한 채 죽었다고 못된 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주님께서 필요하시니 부르신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처럼 분명히 주님께서 필요하시니 부르셨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후회하게 됩니다.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음을,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를 간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인간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으로 그 후회할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십자가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겉으로 보이는 단순히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랑과 희생이 바로 십자가의 본래 모습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자기 안에 사랑과 희생을 간직하면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으며, 이 길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후회할 일을 줄여나가는 방법입니다. 세상의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으로 가득 찬 마음이 후회하지 않는 삶으로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외면하였던 사람,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 상처 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과 희생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아니 줄여라도 나가겠다고 주님께 다짐하여 봅니다.

주님, 사제 유시명(도미니코)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비록 상대가 어리석다 하더라도 그의 말속에서 무엇을 듣고자 하는 이가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다.(존 러스킨)




뚝딱뚝딱, 망치 소리로 남은 사람(‘좋은생각’ 중에서)

1935년 미국 몽고메리의 극빈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은 백만장자를 꿈꿨다. 여섯 살 때 통통하게 잘 키운 돼지 한 마리를 11달러에 판 것을 시작으로 대학에 입학해서는 친구와 유통회사를 차려 연간 1만 5천 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돈 버는 재미에 빠져 휴일도, 가족도 잊은 채 일에 매진했다. 스물아홉, 드디어 그는 백만장자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서른이 되던 해 아내가 결별을 선언했다. 돈만 쫓는 무의미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호화 저택, 최고급 승용차, 근사한 별장, 사랑스런 두 아이까지……. 모든 걸 갖췄지만 행복하지 않은 삶,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아내와 진지한 대화 끝에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로 하고, 살 집을 뺀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즈음 유년의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한 노부부의 허름한 오두막을 고쳐 주고 뿌듯해하던 아버지, 그리고 말끔히 고쳐진 오두막을 보고 환하게 웃던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이에 영감을 얻은 그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비가 새는 낡은 판잣집에서 사는 사람들, 다리 밑에서 생을 이어 가는 노숙자, 쇠똥으로 지은 집에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 등 가난한 자들을 위한 집을……. 그리고 1976년 ‘보금자리’란 뜻의 해비타트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쳤다.

백만장자의 삶을 버리고 사랑의 보금자리 백만 채를 짓는 아름다운 꿈에 도전한 사람, 그는 바로 밀러드 풀러다. 그는 직접 망치를 들고 15평 남짓의 작은 집을 지어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물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터전 삼아 무너진 가정을 세우고, 그들 역시 이웃의 집을 짓는데 참여해 수백 시간씩 땀을 흘렸다. 그렇게 국적, 종교, 인종을 뛰어넘어 집짓기 운동에 동참했고 개인과 기업 등이 후원하는 가운데 지난 30여 년간 해비타트 이름으로 95개국에 무려 30만 채에 이르는 집이 세워졌다.

2005년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루이지애나에서 어린 두 딸과 사는 엄마에게 집을 지어 주고 그는 말했다. “이 소녀들이 훗날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보금자리가 생겼으니 그들의 생은 보다 나은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파괴와 분열의 상징일 수도 있는 ‘망치’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 짓고 모든 경계를 허무는 사랑의 도구로 바꾼 풀러. 지난 2월,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짓기 시작한 사랑의 집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24분마다 한 채씩 서고 있다. 뚝딱뚝딱, 그 망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
 


 
Eternally - Giovanni Marradi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