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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31 조회수892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0월 31일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For everyone who exalts himself will be humbled,
but the one who humbles himself will be exalted.
(Lk.14.11)
 
 
제1독서 로마서 11,1ㄴ-2ㄱ.11-12.25-29
복음 루카 14,1.7-11
 
 
어떤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친척 집을 전전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척들이 잘해준다고 해도 차마 대학까지 보내 달라고는 할 수 없었지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지만 대학 등록금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 학생은 너무나 답답해서 절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눈물을 흘리며 소원을 비는 어떤 아주머니를 보게 된 것입니다. 학생은 아주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신부전을 앓는 딸이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이식해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딸이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렇게 절에 와서 기도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학생은 이 사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자신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아무 생각 없이 약속을 한 것입니다.

수술 날짜가 점점 다가옵니다. 학생은 두려웠지요. 그래서 병원에서 도망칠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러나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고 기뻐하는 아주머니를 뒤로 한 채 도망칠 수가 없었지요. 결국 신장을 이식하기는 했는데, 수술이 잘못되어 오히려 이 학생이 중환자실에 한참을 입원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대학 입학 시간을 놓치고 말았어요.

학생은 낙담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선행이 오히려 자신의 앞날을 막게 되었다고,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 학생의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그 병원 의과대학 총장에게 전해져서 의과대학 특차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학생은 전문의가 되어서 한쪽 신장을 나누어 준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들의 삶은 좋고 나쁨이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 좋고 영원하길 바라는 그 시간이 어느 순간에 최악의 시간이 되어 제발 좀 내게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도 만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인생역전’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복권 당첨으로는 진정한 인생역전이 되지 않습니다. 주님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인생역전이 되는 것이지,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내 자리를 높이고 낮추는 분은 초대한 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초대한 이가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지정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내가 주님 앞에 서게 되었을 때의 내 자리가 이러한 식으로 결정됨을 말해줍니다.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높고 낮음을 결정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수님께서 당신 삶 전체를 통해서 보여주신 겸손이기에, 우리 역시 이러한 겸손함을 갖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하늘나라에서의 내 자리는 분명히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입니다.




어린 시절 배운 것은 돌에 새겨지고, 어른이 되어 배운 것은 얼음에 새겨진다(데이비드 커디안).




다시 걸음마를 배우며(김영수, ‘좋은생각’ 중에서)

14년 전 일입니다. 아내와 친한 형님과 물놀이를 갔다가 폭우를 만나 되돌아오는데 오르막길에서 내려오던 5톤 트럭이 우리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그 사건으로 형님은 세상을 떠나고 아내는 사산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뇌를 다쳐 25일 만에 깨어났지만 걷지 못하게 되었지요. 이런 나를 향해서 병원의 물리치료 담당 실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영수씨, 힘들겠지만 제 말 잘 들으세요. 걷고 싶거든 휠체어를 버리세요.”

“네?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데 버리라고요?”

나는 기가 막혀 그 뒤로 물리치료실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에 아내가 말합니다.

“부지런히 운동해서 일어나야죠. 전 당신을 믿어요. 힘내세요.”

나보다 힘들었을 아내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습니다. 수십 번 넘어졌지만 굴하지 않고 걷는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퇴원 후에는 공원에서 뛰는 사람을 보면서 더욱 더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휠체어 없이 걷게 된 것입니다.

그때 휠체어를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걸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좌절했던 내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신 실장님, 뵙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Giovanni Marradi - Just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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