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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귀족과 평민>
작성자김수복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8 조회수1,311 추천수0 반대(0) 신고
 

<귀족과 평민>


십여 일 전 서울서 온 후배가 전화를 해서

주월동까지 찾아가 널찍한 포장마차에 앉았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후배들이 네 명 모여 있었다.

특별히 할 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우정과 친밀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입담들이 좋아서, 깔깔거리고, 즐거웠다.

특히 괴팍하고 술주정이 유별나지만

인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동지

한 사람을 놓고 안줏감으로 삼았다.


이런저런 말을 하는 가운데 서울서 온 후배가

서울대학을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실제로 사회에서 귀족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 후배더러, 자네도 서울대학

나왔으면서 왜 귀족이 되지 못했는가 라고 놀려댔다.

벌써 오십대 중후반인 그 후배는

평생 운동권 어른들의 뒤치다꺼리만 해왔다.

남이 알아주는 자리를 탐낸 적이 없다.

평민이 무엇이 그리 좋길래

고집스럽게 그 신분을 지켰는지 신비다.

386세대 운동권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그네들 덕분에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

그네들 밑거름으로 일시 후퇴하는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엊그제 일이 있어 서울 가면서

고속버스표를 사는데,

나는 이만 삼천 원 하는 우등고속표를 샀는데,

내 뒤 수녀님은 만 육천 원 하는 일반고속표를 달라고 했다.

속으로 뜨끔해서, 나는 그 수녀님보다 귀족이라고 자조했다.

입으로만 따따부따 옳은 말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내가 틀림없어, 부끄러웠다.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거개가

평민이 아니라 귀족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학교 나왔다고 우쭐대면서

끼리끼리 밀어주면서 귀족 동아리를 이루거나,

모두들 그 판에 끼겠다고 아비귀환이다.

그러나 결국은 99%, 95%가 평민 신세일 것을!

내 자신이 평민이라는 사실,

그러면서도 나도 고귀한 타고난 왕자와 공주,

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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