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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엇을 대해 귀를 열 것인가?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7 조회수480 추천수6 반대(0) 신고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 대해,
“진실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공감은 완전한 방관”(에이블뉴스, 2009-08-04) 칼럼니스트 최김린 글.
 
“진실을 결코 개에게 던져줄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실상 진실에 맞짱을 뜨지 못하는 작가가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들춰내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듯 하다가도
어느 새 살짝 비켜 나가면서 "이게 바로 현실"이라며 오히려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작가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정면으로 부딪혀 상처입거나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현실이 그렇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제서야 ‘맞아.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보고 분노는 할지라도 스스로 발을 담그고 해결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좋아질거야”라며 핑크빛 환상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곤 한다.
그리고 누군가 앞장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야 말로 완벽한 무임승차인 것이다.
…중략…
그(공지영)가 최근에 발표한 소설「도가니」는 장애인 문제와 시설비리,
그리고 사회 권력의 거짓과 침묵의 카르텔에 대한 소설이다.
광주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일종의 르뽀 소설인 것이다.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무진시의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강인호는
자신이 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등이 청각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선배인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과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면 할수록 권력의 검은 그림자는 주인공 인호의 개인사만 들춰내고,
이에 상처입은 인호는 피해자와 이를 밝혀내려는 대책위원회를 뒤로 한 채 무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폭력의 당사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권력을 자유롭게 누리며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며 상식적인(?!) 결론이다.
우리 일상에서 늘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그것이 자신의 권리를 가장 찾기 힘든 장애아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질지 모르나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이며, 쌍용 자동차 사건 등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정말 이런 일이 세상에 있기나 해요?” 라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 사실을 폭로한 공지영의 소설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까지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감사는 매우 위험하다. 공지영은 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공감하며 사실을 말해 주고 있을지 모르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고 난 후 그것을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실천의 의지와 행동이다.
그래야 더 이상 거짓과 왜곡이 진실을 압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 이게 진실이네’하고 알면서도 덮어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진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오히려 침묵보다 무서운 법이다.
「도가니」는 분명 소설이다. 르뽀 형태를 띤 소설이다. …중략…
그러나 차라리 그냥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중략…
공지영은 소설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 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실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공지영 소설의 주인공은 늘 사건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떠한 사건에 대한 후회 및 죄책감을 지녔거나 관찰자 또는 스스로를 타자화시킴과 동시에 방관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세상은 감상으로 변하지 않는다.
제 자리에서 분노하고 공감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변화와 문제의 시점을 파악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비로소 변화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지영 소설 「도가니」는 르뽀의 현장감과 사실감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깊이마저도 한없이 모자라다.
이런 공지영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공감은 할 지라도
행동하고 싶지 않은 심리를 꿰뚫어 봤기 때문이 아닐까.
장애인 인권 유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해결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공감만 하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 대한 사람들의 극찬은 더욱 더 위험해 보인다.
이하생략.
 
진실, 진리에 다가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진실을 알게 된 한 인간 자신 마저도 매우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그 한 사람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는 그런 개개인들이 만들어낸 온갖 거짓과 합리화,
침묵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인양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짓된 사회질서(이사5,18이하 참조)에 대해 1독서는 하느님의 보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 복수가 들이닥친다, 하느님의 보복이!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이사35,4)
 
과연 하느님은 이 불의한 세상에 대해 복수의 칼을 들이대실까?
누구 하나 죄에 물들지 않은 적이 없어서 죄가 오히려 선행이 되는 세상에 대해 하느님의 복수가 들이닥칠까?
성경이 그럴 것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하느님의 복수가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복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칼부림이나 무서운 징벌이 아닌 것 같다.
성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진실에 대해 눈 감고 귀 닫는 일이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 하느님의 복수란 뜻이다.
그렇게 해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귀를 열어주시며 외쳤다.
“에파타!”
진실에 귀를 열고 실천해야 할 우리 신앙인들에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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