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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막을 수 없는 것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4 조회수1,419 추천수2 반대(0) 신고
“복음은 여러분에게 전해져서 여러분이 하느님의 은총의 말씀을 듣고 그 참뜻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열매를 맺으며 퍼져 나갔습니다. 사실 복음이 온 세계에서 열매를 맺으며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콜로새 1:6)
 
2차 대전 중에 영국에서 추수감사절 축제를 맞이 하기 위해 교회를 옥수수 알갱이들로 장식했는데 그날 밤 폭격으로 교회가 파괴되어 긴 겨울 내내 폐허가 되어 있었다. 봄이 오자 파편 속에서 옥수수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자랐다. 가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옥수수를 수확하게 되었다. 복음은 그 옥수수 씨앗과 같아 아무도 옥수수가 열매를 맺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사람은 생업(生業)을 이어가면서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삶은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 중에 이런 글이 있다.
화담 서경덕선생이 길을 가다가 집을 잃고 울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왜 울고 있냐는 선생의 말에 그가 울면서 대답하기를, “저는 다섯 살에 눈이 멀어서 이십 년 동안이나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밖에 나갔다가 홀연히 세상이 밝게 보이기에 영문을 모르고 기뻐하였지요. 신기해서 사방을 구경하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길은 여러 갈래고, 대문들은 비슷비슷해서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화담 선생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잘 들어라, 도로 눈을 감아 보아라. 그리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걷다 보면 곧 너의 집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그 눈먼 사람은 늘 하던 대로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가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손튼 와일더(Thornton Wilder,1897~1975)의 <우리마을 (Our Town)>이라는 작품이 있다. 1938년에 퓰리쳐상을 수상한 후 미국에서 주로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마을>은 그저 심심하고 하품 나는, 이렇다 할 줄거리도, 극적인 요소도 없는 제목 그대로의 미국 뉴 햄프셔의 작은 시골마을을 묘사하고 있다. 3막으로 되어있는 연극은 나레이터 겸 배우, 때로는 무대 연출까지 하는 “무대 매니저”가 나타나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한다. 마을의 지리, 인구, 건물 등을 소개하며 두 이웃 깁 가(家)와 웹 가의 하루를 보여준다. 아침이 되면 신문이 배달되고, 우유배달부가 지나가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교회 합창연습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등 하나도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여 준다.
2막의 제목은 “결혼”이다. 몇 년이 흘러 이웃에서 자란 에밀리 웹과 조지 깁의 결혼식 날이다. 딸을 시집 보내며 섭섭해 하는 친정엄마, 분주한 준비, 들이닥치는 손님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결혼식을 그리고 있다. 3막은 다시 몇 년이 흘러 둘째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에밀리가 묻힌 묘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두고 온 세상에 미련이 남아 에밀리는 무대 매니저에게 꼭 하루만 다시 삶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의 열 두 번째 생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 받는다. 아침밥을 잘 씹어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이모와 친구에게서 온 생일 선물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지상(地上)에서 하루를 살며 에밀리는 회한에 젖어 소리친다. “엄마, 절 그냥 건성으로 보시지 마시고 진정으로 보아 주세요. 지금으로부터 14년이 흘렀고, 저는 조지와 결혼했고, 그리고 이제 죽었어요. 월리도 캠프 갔다 오다가 맹장염으로 죽었잖아요. 하지만 지금, 바로 지금은 우리 모두 함께이고 행복해요. 우리 한 번 서로를 눈 여겨 보기로 해요.
그러나 에밀리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웹 부인은 기계적으로 이런저런 선물 설명에 바쁘다. 에밀리는 견디다 못해 무대 매니저에게 “그냥, 돌아가겠어요,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쳐다볼 틈도 없어요. 안녕, 세상이여! 안녕, 그로버즈 코너즈, 엄마, 아빠, 똑딱거리는 시계, 엄마의 해바라기, 맛있는 음식, 커피 그리고 갓 다림질 한 옷, 뜨거운 목욕물, 잠자리에 드는 것, 그리고 아침에 눈 뜨는 것…
 
아, 지구여!네가 그렇게도 멋진 곳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어릴 적에는 시간이 참 느리다고 느끼고 빨리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노인이 되고 보니 세월이 너무 빠르다. 너무나도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눈을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진리, 주위의 소중한 것들, 서로 질시하고 싸우고 욕심 부렸던 일, 앞만 보고 쉴 사이 없이 달려 왔던 날들. 이제는 허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화담 선생의 말씀대로 “도로 눈을 감고 뒤를 돌아 본다. 너무나도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할 때면 곧잘 “왜 살지?”하고 화두를 던진다.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느냐고 물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고통을 없애려고 종교를 가졌던 것 같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믿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진리”를 쉽사리 알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평화를 얻고 난 후 “기쁘다”는 것을 느꼈다.
 
“진리는 기쁨을 느끼고 살라는 것이었다.”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만 평화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하여, 분별(分別)하지 않으면 “덤덤하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이웃의 잘못을 보지도 말고 보더라도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여행을 가서 돌아올 때에는 고통을 잊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곤함을 느끼는 짓을 얼마나 많이 되풀이했던가? 고통은 그렇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행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고통을 파묻어버리고 되돌아 오는 것이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손튼 와일더는 “희망은 에너지로 마음을 깨워서 모든 문을 열어보게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기쁨은 마음을 눈뜨게 하여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고 말하고 싶다.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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