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35-42(주님 공현 전 수)

오늘 <복음> 말씀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예수님에 대한 두 개의 증언이 마치 소개장처럼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하나는 세례자 요한이 두 명의 자기 제자들에게 증언하는 소개장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

또 하나는 예수님을 만난 안드레아가 형 베드로에게 증언하는 소개장입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

그리고 그 응답의 여정은 우리에게 ‘제자 됨의 길’을 깨우쳐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행위를 나타내는 일곱 개의 동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과의 만남 이전에 두 가지, 만나서 함께 있는 중에 세 가지, 그리고 만난 후 그 결과로 발생하는 두 가지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 이전에는 증언을 “듣다”와 예수님을 “뒤 따라갔다”는 동사로, 예수님과의 만남에서는 말씀을 주고받으며 “함께 가다”와 그분이 묵으시는 곳을 “보다”와 그곳에서 “함께 머물렀다(묵었다)”는 동사로, 그리고 만남 이후에는 메시아를 만났다고“증언하다(말하다)”와 그를 예수님께 “데려갔다”는 동사로 표현됩니다.

여기서, 증언을 “듣다.”는 것은 단지 그 것에 동의하고 받아들인다는 수동적인 측면을 너머서 자발적으로 응답하는 순명의 자세를 포함하며, “뒤따라간다.”는 것, 역시 단지 추종한다는 것을 너머서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 전적으로 헌신한다는 것, 곧 제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당신을 찾아 나서면,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시어”, “무엇을 찾느냐?”, “무엇을 원하느냐?”하시며, 진정 찾아야 할 것을 찾게 하고, 진정 원해야 할 것을 원하도록 일깨워주십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그리고 ‘진정 원해야 할 것을 원하고 있는지’, 곧 ‘참된 것’, ‘하느님이 원하시는 바를 원하고 있는지’ 보아야 할 일입니다.

당신께서는 묵는 곳을 “와서 보라”고 초대하시며, 원하는 그것을 “보게 되리라”는 약속과 보장을 주십니다. 또한 “함께 가” 주시고, 동행하여 당신께서 묵는 곳으로 인도하고 이끌어주십니다. 손수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반려자가 되어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묵으시는 곳을 “보여주십니다.” 곧 당신이 누구신지를 보여주시며, “함께 묵으십니다.” 함께 교제하시고, 사랑으로 흠뻑 적셔주십니다.

이렇게 사랑을 먹은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하고 “증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예수님께로 “데려갑니다.”

이 ‘일곱 가지’가 바로 오늘 우리가 제자로서 걷는 길이요 사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을 나에게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로 데려가는 일입니다. 곧 우리가 함께 아버지께 가는 구원의 동반자요, 반려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곱 가지’의 행동이 우리의 일상 안에서 끊임없이 요청됩니다. 곧 ‘말씀을 듣고,그 말씀을 따라 나서고, 그분과 동료들과 함께 걸어가고, 그분을 뵈오며, 함께 머물러 묵고, 그리하여 바로 그분을 선포하고 증거하며, 다른 이들을 그분께로 데려가는 것입니다.’

참으로,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함께 아버지께 가는 구원의 동반자요, 반려자들입니다.

피정 기간에 말씀이신 주님께서 우리의 동반자요 반려자였듯이, 우리의 주님께서는 여전히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계기고 우리를 향하여 계실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도 서로에게 구원의 동반자요 반려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피정 동안 함께해 주신 축복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