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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30 조회수785 추천수12 반대(0) 신고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 - 마르코 7,1-8.14-15.21-23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절친 예수님>

 

   오늘 등장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대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율법의 본산인 예루살렘으로부터 왔습니다. 전통을 목숨처럼 중요시 여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멀리서부터 예수님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러 왔을까요? 아니면 예수님이 참 메시아임을 알고 그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러 왔을까요?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을 고발할 건수를 찾아내려고 왔겠지요. 어떻게 해서든 빨리 예수님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범법행위를 찾아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왔을 것입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들이 며칠이고 따라다니듯이 그들은 그렇게 집요하게 예수님 주변을 맴돌면서 눈을 번득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계속 감시하는 분위기를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경험 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내 사생활을 속속들이 파헤치려고 기를 쓰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그럴 때의 기분, 정말 좋지 않습니다. 행동도 크게 위축됩니다. 무척이나 신경이 거슬립니다. 공생활 기간 내내 예수님과 제자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이런 상황에 부닥치곤 했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시선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단 삐딱합니다. 이웃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일단 부정적입니다. 불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뻣뻣하고 완고하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반면에 예수님의 시선을 어떻습니까?


   그분의 눈길은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그분의 눈망울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롭습니다. 그분의 시선은 우리를 향한 측은지심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우리의 깊은 슬픔과 큰 고통에 공감하는 이해의 눈빛입니다. 그분의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세상 모든 시름을 잊습니다.


   언젠가 들길을 걷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쁜 들꽃을 만나 그 자태에 넋을 잃고 한참을 서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시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째려보며, 우리의 죄를 낱낱이 살펴 기록하는 시선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보다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세파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죄에 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십니다. 우리의 작은 선행, 선을 향한 의지, 이웃을 향한 작은 사랑의 실천을 정신없이 바라보십니다.


   너나할 것 없이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하느님 눈에 우리 모두는 한 송이 어여쁜 들꽃 같은 존재들입니다.


   언젠가 다시 오실 우리 주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 집요하게 우리의 허물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절대로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다정한 친구 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그 친구 생각만 해도 금세 가슴이 훈훈해지는 ‘절친’같은 예수님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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