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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지막 날의 시험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8 조회수498 추천수7 반대(0) 신고

 

  

 

 

 

마지막 날의 시험


말씀: 마태 25,1-13



시험 때만 되면 아이들은 어떤 문제가 나올지 힌트를 달라고 졸라댔다.

그럴 때 예상 문제를 미리 뽑아주고 시험을 보는 친절한 선생님들이 인기 있었다.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해둔 학생들은 당연히 싫겠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자기반 학생이 한 명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약간씩의 힌트를 주셨을 것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성적이 좋지 않은 녀석들은 정작  그시간마저도 

졸거나 장난치거나 딴 생각을 하며 선생님 말씀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미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태오 복음사가도 오늘 위의 친절한 선생님과 같은 입장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마지막 날에 대한 관심이 있어왔다.

가까운 친지나 이웃의 죽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종말(죽음)도 가끔은 깊은 숙고의 주제가 되고

역사 안에 등장하는 예기치 않은 일들, 즉 기상이변, 지진, 해일, 전염병의 유행, 전쟁 등은

말세에 대한 해묵은 근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종말에 대한 문제의 정답을 유도해주기 위해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한 곳에(24-25장) 모아놓고 집중적으로 힌트를 주고 있는 자상한 교사이다.

이 부분에 나오는 여러 개의 비유들의 공통적 주제는

마지막 날이 정작 핵심이 아니라 평소의 삶의 태도가 핵심이라는 것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까 마지막 날의 수능 시험 점수가 핵심이 아니라

학생부 성적, 즉 평소의 소소한 점수, 생활태도들이 오히려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기름'도 바로 매일 매일의 삶의 점수를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 때 기름을 꾸어주기를 거절하는 처녀들의 행위를 보고

인정머리 없는 여자들을 어째서 슬기롭다고 칭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한 때 가게에서 기름을 사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신랑을 보고

참으로 몰인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반감이 절로 생겼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종말에 대한, 말 그대로의 '비유'이다.

종말은 이미 시간이 꽉 차 있는 상태,

아니, 시간을 벗어난 상태다.

 

그렇기에 기름은 각자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어떤 것을 상징한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사다가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다른 사람에게서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의 문은 이미 종말과 함께 닫혀있는 상태로서,

누가 누구를 기다려줄 상황도 아니고,

다시 시간을 되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현세의 시간 안에 있을 때에 이미 이루어 냈어야 할 과제가 바로 '기름'이었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종말이 올 것이다.

역사의 종말, 세계의 종말은 그만두고라도, 개개인의 죽음이 먼저 올 것이다.

 

그때에, 시간의 문이 닫힌 다음에

오늘 복음의 미련한 처녀들처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주인을 원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가르쳐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소란을 피워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마태오 복음사가와 같은 자애로운 선생님이 벌써 여러번 힌트를 주셨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에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평소의 시험 점수가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가르치셨고

우리는 그것을 줄곧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독서에서도 평소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바오로 선생님이 말씀해주신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사도들)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그러니까 평소에 사도들에게 배운 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소 수행 평가의 기준이라고 하신다.


그것이 무엇인지, 혹시 처음 듣는 사람이 있을까봐 바오로 선생님은 친절하게 다시 설명하신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성경이 힌트를 주고, 사도(교회)들이 가르치는 반복 학습을 두고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몰랐다'고 변명할 수는 없을 것같다.

마지막 날에 서야 할 심판대, 그 앞에서 말이다.

 

 

이렇게 시험 문제도 알고, 답도 아는데,

정작 매일의 삶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우니......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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