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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4 조회수608 추천수2 반대(0) 신고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 윤경재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와서 보시오.”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45-50)

 

우리가 교회에 입교하게 된 동기를 묵상 나누기해보면 많은 이가 하느님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미리 우리를 보고 계시다가 때가 되자 불러주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자주 잘못을 지으며 살아왔음에도 참아 주시며 당신께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셨다는 것을 고백할 때 우리는 무한한 감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 어로 하느님을 ‘θeos’라고 하는데 ‘보시는 분’이라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첫 자음 세타가 눈의 형상을 똑 닮았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 만물을 살펴보시는 분으로서 우주의 진리를 다 세우셨으며, 공명정대하고 어둠을 밝혀주시어 빛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세상 움직임을 낱낱이 헤아려 보시면서도 피조물을 함부로 징벌하지 않으시고 인내하시면서 기다리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타나엘이 처음 만난 예수께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이라고 즉각 고백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빨리 깨달을 수 있었을까!하고 의구심이 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타나엘은 만물을 옳게 보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 한 분뿐이라는 진리를 몸으로 체득한 자였습니다. 그랬기에 자신을 낱낱이 보시는 분이야 말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것을 즉각 알아챈 것입니다. 그랬기에 주저 없이 이런 엄청난 진리를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화과나무는 그 이름이 꽃이 없는 나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꽃이 피나 꽃받침 속에 감추어져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그랬다가 갑자기 열매를 맺으니 꽃은 피지 않고 열매만 맺는 나무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나서 자신들이 죄를 지어 벌거벗은 몸이 되었다는 부끄러움을 알았을 때 나뭇잎으로 옷을 지어 입었는데 이 무화과 나뭇잎으로 엮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사람에게는 무화과나무가 지혜의 나무라고 알려졌습니다. 나타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었다는 의미는 지혜를 찾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는 지혜이신 예수님을 금세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나타나엘이라는 이름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아는 자를 뜻합니다. 이름 그대로 자기의 모든 것이 자신의 힘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자입니다. 그랬기에 예수께서는 그를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라고 칭찬하신 것입니다.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이 진실이며 거짓이 아닙니다. 필리피서 2,6-11절에 나오는 예수 찬가는 일명 空虛歌라고 부릅니다. 특히 2장6.7절에서 예수께서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셨지만, 자신을 비우시어 하느님과 같음을 획득물로 여기지 않았다고 찬미합니다.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따서 획득하려다가 원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의 것마저도 당신의 것이 아니라고 비우신 것입니다. 영광을 감춘 것입니다. 나타나엘이 무화과 아래서 명상하며 깨달은 것이 바로 이 세상에 자기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예수께서는 그것만이 진리라고 나타나엘에게 확인시켜 주신 것입니다. 자기가 깨달은 것이 진리라는 확인을 예수께 받은 그는 곧바로 엄청난 고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라고 하며 외면에서 저지른 허물은 감추어보시고 그가 내면에서 깨달은 모습을 칭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보통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가지고 판단하여 잘했네 못 했네 하며 따지고 듭니다. 지혜의 눈이 내면에까지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이신 예수께서는 우리네와 전혀 다르게 처신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깨달음을 보시고 진리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나타나엘처럼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하고 놀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끌어 주신 예수님께 당신은 주님이시라는 고백을 당당하게 외쳐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예수께서는 우리를 좀 더 진리로 가까이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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