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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칼을 주러 왔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3 조회수1,058 추천수19 반대(0) 신고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연중 15주간 월요일 - 칼을 주러 왔다

 

 

 

 한국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성당에 앉아 일주일을 돌아보았습니다.

치료도 하고 쉬기도 하기위해 들어온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병원 다니고 인사 다니는 게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내고 있습니다. 속으로는 '이러다가는 병 얻어가겠다.'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일은 로마에 있을 때보다 기도를 더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워낙 산골 구석에 있어서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것과 더불어 여러 약속을 쫓아다니다보니 정해놓은 기도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인사를 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려하는 이유가 들어왔으면서도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그 분들이 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지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들어왔으니 반가운 마음으로 마땅히 그 분들을 찾아뵙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관례로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인사드려야한다는 부담도 되고 그래서 힘도 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관계가 안 좋으면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적은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 힘들고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몇 배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나중엔 내가 아무리 잘 해도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그것에 집착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오늘 돌아보니 이런 미움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쉬지도 못하면서 먼저 인사드려야 할 분들부터 분주하게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복음을 읽으니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고 서로 갈라지도록 칼을 주러 오셨다고 하십니다. 가족끼리 서로 갈라져 원수가 되도록 하기 위해 오셨다는 말입니다.

이 말씀은 만약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는 것에 저해된다면 가족이라도 가차 없이 칼로 쳐서 원수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뜻보다 다른 사람의 뜻을 더 따르게 되어 그분과의 사이가 멀어진다면 그분과의 사이를 다시 좁히기 위해 가족이라도 원수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성소의 길을 택하신 분들은 너무도 잘 이해하실 것입니다. 성소자들 중 가족 내에 단 한명의 반대자도 없이 그 길을 들어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버지께서 크게 반대하셨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말씀을 듣고는 밤에 잠도 주무시지 않으셨습니다.

또 제가 아는 한 신부님은 사대 독자로서 늦게나마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고, 신학교 다니는 내내 아버지는 아들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대를 잇지 못하게 되어 조상을 뵐 면목이 없게 된 것이고 그래서 아들과 원수가 된 것입니다.

또 제가 아는 한 수녀님은 수녀님이 되신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단 한 명도 성당에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도 믿음이 없고 성당을 안 다니는데 딸이 갑자기 수녀라는 것이 되겠다고 하니 그 반대가 얼마나 거세었을까 상상이 갑니다.

이렇게 주님의 뜻 위에 서려고 하는 무엇이든 칼로 쳐 내야 하는 것이 우리 신앙입니다. 그러나 가족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어느 것보다 더 큰 고통입니다. 그렇더라도 주님은 우리 손에 아직도 칼을 쥐어 주시며 당신의 뜻보다 더 사랑하게 될 것들을 쳐 내라고 주문하고 계신 것입니다.

 

저는 가끔 일이 우선인지 건강이 우선인지 혼돈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성격 때문인지 저는 모든 일을 마치고나서야 시간이 남으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그래서 몸이 안 좋아 진 것이라고 합니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이 있어야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 신앙 다음에 건강을 놓으라고 합니다.

그분들 생각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앙 안에서는 순서가 너무나 명확합니다. 주님과의 일치의 시간을 줄어들게 한다면 사람 만나는 일은 조금 뒤로 미루어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정한 기도 시간도 빼앗겨가면서 인사를 다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마음이 상한다면 그것은 제가 감수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하기 위해 그 정도는 겪어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손에 들려있는 원수를 만들게도 할 수 있는 그 칼, 결코 주님이 두 번째가 되시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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