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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2 조회수803 추천수10 반대(0) 신고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마르코 6장 7-13절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오직 한 가지>


   저 같았으면 한 몇 달 사목실습지로 파견되는 제자들을 위해 몇 가지 챙겨줬을 것입니다. 우선 안쓰러운 마음에 일인당 교통비 20만원씩, 식비 30만원씩, 또 혹시 모르니까 비상시 쓰라고 체크카드 하나씩, 또 연락이 되어야 하니까, 휴대폰 하나씩...


   그것만으로 되겠습니까? 일일이 챙겨주지 않아도 각자가 다 알아서 챙겼겠죠.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자동면도기, 편안한 신발, 우산, 갈아입을 속옷 10벌, 혹시 모르니까 밑반찬, 고추장, 읽을 책 몇 권...


   그러다보면 큰 배낭 하나로 모자랄 것입니다. 끌고 다니는 초대형 여행가방도 안 되겠지요. 아마도 작은 승용차 한 대가 필요하겠습니다.


   보십시오. 이것 저 것 챙기다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 다니다 보면 가방 때문에 힘들어 죽습니다. 때로 가방에 든 소지품, 귀중품, 달러나 유로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여행도 제대로 못합니다.


   이런 우리들의 내면을 정확하게 꿰뚫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복음 전도 여행을 떠나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결국 예수님의 지론은 간단합니다. 청빈한 삶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하느님 체험, 하느님을 향한 일편단심, 그것만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제자들을 향해 그토록 어려운 요구를 던지신 스승 예수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그분은 보다 효과적인 복음 선포를 위해 일정한 거처 없이 이곳 저 곳을 떠돌아다니시던 노숙인이셨습니다. 그분 스스로도 자신을 향해 ‘이 세상 어디에도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이방인’이라고 자처하셨습니다.


   찢어질 듯 가난한 분들 가운데, 극심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 가운데, 철저하게도 혼자인 이웃들 가운데 신앙이 아주 돈독한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 세상 어딜 가도 의지할 곳 없다보니 오로지 마음 둘 곳은 단 한군데, 하느님 뿐, 하느님만이 모든 것, 하느님만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셨습니다. 그분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삶 전체, 자신이 지닌 에너지 가운데 100% 전체를 아버지 하느님께로만 향하기 위해 다른 방향의 통로들을 모두 차단하셨습니다. 예수님께는 하느님 아버지만이 전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극도의 가난을 솔선수범해서 실천하셨기에 이 세상 그 어느 것에도 마음이 쏠리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힘과 능력 전부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복음 선포만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하셨습니다.


   천주교 박해가 잦았던 시절,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선교하셨던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은 평균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선교지의 상황이 열악했고,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 앞에 노출되어있었다는 표시겠지요.


   우리나라로 건너오셨던 선교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당시 파리 외방전교회 본부에서 “한국으로 선교를 떠납니다.”라는 인사말은 “나 죽으러 갑니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었습니다.


   당시 선교사들은 한국으로 떠나오시기 전, 부모님이나 동료들에게 미리 지상에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비장한 마음으로 멋진 유서도 써놓고 선교지로 출발했습니다.


   오직 하느님 한분만이 전부였던 그들이었기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등 뒤로 내던진 그들이었기에,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었던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삶과 죽음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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