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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7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6 조회수815 추천수16 반대(0) 신고
 
 

7월 7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   마태오 9,32-38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내 마음 안에 수채화 한 폭>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보낸 한 유명인사가 고마웠던 한 선생님을 회상하는 글을 읽으면서, 저 역시 잠시나마 아스라이 사라져간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찢어지게 못살던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엄연히 부잣집이 있었고, 가난한 집이 있었습니다. 같은 교실 안에 대지주의 아들이 있었는가 하면 소작농의 딸도 끼어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당시에도 엄연히 치맛바람이 있었고, 촌지공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 그 어떤 유혹 앞에서도 당당하셨습니다. 의연하셨습니다. 젊고 패기 있고, 풋풋하고 아리따우셨던 우리 선생님에게 있어 편애란 없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해주셨습니다. 코찔찔이든, 부스럼투성이든, 뺀질이든, 그 누구든 그분으로부터 듬뿍 듬뿍 사랑을 한 아름씩 받았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던 교사봉급은 늘 탈탈 털려 모조리 아이들 간식비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자상하셨던지, 얼마나 따뜻하셨던지, 얼마나 화사하셨던지 모릅니다. 그분의 손길이 머리에 제 머리에 잠시라도 닿는 순간은 세상이 온통 장밋빛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우리들은 하교할 때가 제일 슬펐습니다. 선생님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요. 집에 돌아가면 늘 선생님 생각만 했습니다. 밤마다 빨리 날이 새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빨리 학교 가서 선생님 얼굴 뵐 생각에.


   선생님은 정녕 가난한 우리들 마음에 따스한 한 줄기 햇살 같으신 분이었습니다. 삭막하던 우리들 마음 안에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그려주신 분이셨습니다.


   그리운 선생님의 아리따운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 복음 말씀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참 교사 한분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행복했던 것처럼, 측은지심과 연민으로 가득 찬 착한 목자 한 분으로 인해 수많은 양떼가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 세상,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가까이 내려가서 자세히 바라보면 얼마나 서글프고 끔찍한 세상인지 모릅니다. 때로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은 너무나 참혹합니다. 상처가 너무나 아려서, 또 혹독해서 말을 잇지 못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상처입고 괴로워하는 이웃들을 향한 측은지심입니다. 함께 아파하는 연민의 마음입니다. 함께 울어주는 동반자의 모습입니다. 이런 마음을 지닌 착한 목자입니다.


   그 옛날 수많은 사람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듯이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끝도 없는 방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심연의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험난하고 고통스런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한 젊은이 마음 안에 사제성소나 수도성소가 활활 불타오르는 것, 이것처럼 뚜렷한 하느님 현존의 징표는 없다고 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불타는 많은 성소자들이 기쁜 얼굴로 주님의 포도밭으로 달려오길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양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참 목자, 그래서 결국 양들을 위해 자신을 하루하루 소멸시키는 착한 목자가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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