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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적보다는 양지로 나오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6 조회수575 추천수6 반대(0) 신고
 
 

기적보다는 양지로 나오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 윤경재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장의 집에 이르시어 피리를 부는 이들과 소란을 피우는 군중을 보시고, “물러들 가거라. 저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예수님께서 안으로 들어가시어 소녀의 손을 잡으셨다. 그러자 소녀가 일어났다. 그때에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 그는 속으로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마태9,18-26)

 

 

 

 

마태오 저자는 열 가지 기적 이야기를 한군데 모아 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본론만 설명하는 자세를 견지하였습니다. 독자의 관심이 기적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모일까 염려한 것입니다. 이른바 달을 쳐다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눈길이 쏠릴까 우려한 것입니다.

 마르코와 루카 복음서에서는 유대 쉬나고그 회당장의 딸이 죽어가고 있다 하고, 여러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마태오 저자는 그를 그저 지도자라고 부르고 딸도 처음부터 숨졌다고 단정적으로 서술합니다. 다만 죽음이 잠든 것이라는 표현은 세 복음서가 같습니다. 죽음이 끝장이 아니라 언젠가 깨어 일어날 상태라는 말씀입니다. 소녀를 일으키는 동작도 단순히 손을 붙잡으셨다고만 표현합니다.

 혈루증을 앓는 여인 이야기도 정말로 간략합니다. 예수님 뒤로 다가가는 것과 옷자락 술에 손을 대는 동작, 그리고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친근한 말투의 예수님 구원 선언뿐입니다.

 이 두 기적은 여성을 등장시켰습니다.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를 상징합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상황입니다. 어둠의 세력에 휘둘리는 상황입니다.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어 누군가가 나서주어야 하는 절박한 사정입니다. 현대인들은 모두 이 여인들을 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행복하고 아무 병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온통 검댕이 숯처럼 다 타버린 몸과 마음을 지니고 삽니다. 그러면서도 약점은 감추고 겉을 화려하게 꾸며야 이득이 된다는 착각 속에서 별의별 위선을 다 떱니다. 사회는 그 착각을 교정하기는커녕 온갖 방법으로 더욱 부추깁니다. 그러다 보니 더 나아갈 수 없는 개인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깜짝 쇼를 벌입니다. 그리고 구경꾼들은 그 철부지 행동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미화하고 타인의 탓으로 몰아세웁니다. 자신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죄의식을 희석시켜두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음지로 숨어들려는 여인을 양지로 이끌어 내십니다. 단순히 병의 치유가 목적이었다면 그런 행동은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감추어 두어도 그녀의 믿음에는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능하신 주님 은총을 평생토록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바라시는 것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구원과 일으켜 세움은 불치병의 치유와 생명의 연장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구원받았는지 증언하는 일이며 상실감에 싸여 있는 가족과 군중에게 진리를 드러내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 그 가치가 있습니다. 단 하루를 산다 하여도 주님의 은총을 밝히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질병과 불행과 고난과 수모를 겪고 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불행과 질병과 고난과 수모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는 주님과의 관계 속에 달렸습니다. 주님과 관계를 이어둔 자는 병고가 더는 불행이 아니고 은총이 됩니다. 음지 속에 머문다면 그 불행은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가 될 것이고 빛의 광장으로 나온다면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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