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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12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12 조회수1,344 추천수23 반대(0) 신고

  

5월 12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 - 요한 14,27-31ㄱ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희망의 또 다른 이름>


    희망의 또 다른 이름, 존경하던 장영희 마리아 교수님께서 세상을 뜨셨군요.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진작 수백 번도 더 포기했을 역경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와 유머감각과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던 교수님이었기에 그분의 떠남이 더욱 아쉽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장영희 교수님의 수필집을 읽을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하반신 소아마비 장애, 입학거절, 계속되는 차별대우, 유방암, 척추암 등등 계속되는 ‘황당한 시추에이션’ 가운데서도 항상 그분 말씀의 결론은 희망이었습니다. 낙관, 사랑, 축복, 감동과 같은 긍정적 언어였습니다.


    그분의 책 속에는 오늘의 고통은 희망의 또 다른 얼굴이며, 때로 지루해 보이는 일상들이 사실 가장 큰 축복이며, 칠흑 같은 어둠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위로의 메시지들로 가득합니다.


    언젠가 암 수술을 받기 위해 강단을 떠나면서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시는 모양입니다. 올 한해 저는 계획이 참 많았습니다. 이 계획들이 다 성사된다면 저는 참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번에도 이 병을 통해 저를 넘어뜨리셨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저는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힘을 다해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제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제 병은 더욱 더 선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경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어도 인내하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병마와의 싸움을 끝나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저는 행복합니다.


    끝도 없는 병마를 통해 저는 결국 고통에는 끝이 있고, 어려움은 어떤 형태로든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고통은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게 승화될 수 있습니다.”


    희망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온 몸을 통해 잘 설명해주셨던 교수님, 당신의 생애는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아름다운 명시(名詩) 한 편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장애도, 차별도, 불편함도, 암투병도 없는 편안한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 평화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천형처럼 따라다니던 장애, 계속되는 병고에도 항상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환한 미소를 입에 달고 다녔던 장영희 교수님, 아마도 예수님이란 든든한 ‘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 그분이 우리 중심에, 우리 내면에 확고히 자리 잡고 계실 때, 더 이상 고통이 고통이 아닐 것입니다. 더 이상 슬픔도 슬픔이 아닐 것입니다. 더 이상 죽음도 죽음이 아닐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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