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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맛들이기]-거룩한 독서(4)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1 조회수614 추천수5 반대(0) 신고
 

 

[기도맛들이기]-거룩한 독서(4)

 


   "주님 말씀하십시오. 듣고 있습니다"


   마리아 어머니, 오늘은 거룩한 독서에서 '무엇을' 읽고 기도할 것인지에 대해 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런 다음, 거룩한 독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들음'의 자세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적 독서'와 '거룩한 독서'를 혼동합니다. 앞의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훌륭한 영성 저술가들이 써 놓으신 좋은 영성 서적을 읽는 일이요, 뒤의 것은 성경에 한정되는 것입니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자명하지요? 수도회 전통 일각에서는 성경 본문에 대한 고대 교부들의 영적 주해도 거룩한 독서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성경 본문에 담긴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수많은 성경 본문 중에서 어떤 것을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지요. 여기서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손가는 대로" 즉 즉흥적으로 아무 데나 펼치거나 혹은 읽고 싶은 곳을 골라 읽지 말라는 것입니다.


   '연속독서'는 거룩한 독서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즉, 성경 중 한 권을 선택하여 기도하기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사 전례 중에 나오는 독서와 복음이 이런 원칙으로 매일매일 주어지지요. 우리 역시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매일의 전례 복음이나 독서를 따라가도 좋고, 그렇지 않으면 한 번 선택한 본문을 매일 이어서 읽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연속독서의 원칙은 자기에게 하느님 말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하느님 말씀에 자기를 맞추는 순명의 훈련을 위해서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초심자들이 거룩한 독서에 더 잘 입문하려면 성경의 어떤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도 더러 받습니다. 순 제 생각입니다만, 시편들(특히 '말씀의 시편'이라 할 수 있는 시 119편이나 '하느님 현존의 시편'인 139편 등)이나 복음서, 혹은 바오로 사도의 서한 중 하나가 어떨까요.

 그러면 하루에 '얼마만큼' 읽는 것이 좋을까요? "창세기를 뗐다, 요한복음을 뗐다"고 표현할 때처럼 '떼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속도와 분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읽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학습과 통독을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 경우에 바오로 서한 전체를 매일 한 시간 기도해서 약 2년 반에 걸쳐 다 마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본문 종류에 따라 기도하는 속도나 방식, 분량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레위기나 민수기의 율법 규정들이 나오는 본문과 요한복음 17장 본문을 모두 꼭 같은 방식으로 기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거룩한 독서를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다음 주에 계속 말씀드리겠지만, 한 마디로 '듣는 마음'을 갖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도 제 말만 많이 할 때 소통은 어려워집니다. 그 때 '귀'가 닫혀 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관계에서 '듣는 일'이 말하는 일보다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과의 만남이요 관계인 기도에 있어서도 먼저 듣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느님,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는 사무엘의 기도는 거룩한 독서의 기본자세를 보여줍니다. 시작기도 단계에 이 기도를 진심으로 바칠 수 있다면, 거룩한 독서의 첫 단추는 이미 꿴 것입니다.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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