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인생 소풍" - 4.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30 조회수370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9.4.29 수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기념일 
                                                                                                
사도8,1ㄴ-8 요한6,35-40

                                                            
 
 
 
 
 
 
"인생 소풍"
 


오늘 성녀 가타리나 기념일 아침기도 때 독서 후 응송입니다.

“이 내 마음 당신께 아뢰옵고, 당신 얼굴을 찾고 있삽나이다.”

모든 성인들은 물론
진정 주님을 믿었던 모든 이들 평생 주님 얼굴만을 찾았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였던 천상병 시인 역시
다음 ‘귀천’이란 시를 봐도 그러했음이 분명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어제 우리 수도형제들은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소풍을 다녀오면서 ‘인생소풍’에 대해 생각하며
형제에게 이런 요지의 말도 하였습니다.

“인생이란 하루 소풍 같은 것, 별 것 아냐. 심각할 것 없어”

참 마음을 비워 욕심이 없으니
단순하고 가볍고 자연스런 하루의 소풍이었습니다.
 
이 별 것 아닌 하루의 소풍이 전 인생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일장춘몽이란 말도 있듯이
지나고 나면 하루의 소풍 같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소풍의 경과는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귀천한다면
천상병시인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제의 소풍은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소래 포구 가까이서
일찍 점심으로 조개탕과 해물 국수를 배불리 먹고
어시장을 구경한 후
영흥도 해변 백사장을 거닐다
고양 호수 공원에서 꽃 전시회를 관람한 후
어느 좋은 분의 배려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귀원했습니다.
 
가는 과정마다 다 좋고 아름다운 목적지였습니다.

우리의 전 삶도 똑같습니다.
 
모든 삶의 과정인 오늘 지금 여기가 과정이자 목적지입니다.
지금 여기를 음미하며 사는 자가
아름다운 소풍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산 정상의 목표만을 향하는 것 같은 삶일 때,
정상에 올라가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등산의 목표라야 텅 빈 공허의 하늘이듯,
목표만을 향해 돌진해온 자 가슴 안에 가득한 공허일 것입니다.
 
올라가다 못 올라가면 어떻습니까?
 
과정마다가 목표임을 깨달아 과정에 충실했을 때
충만한 기쁨이요,
아름다운 이 세상 끝내는 날
주님께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저는 형제들과 함께 한 소풍에서 이런 묵상도 했습니다.
 
‘만약 나 혼자 이 소풍 코스를 혼자 왔다면
얼마나 무료하고 재미없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할 수 있다면 필수 인원만 남고 많이 참여하여
외롭게 남아있는 형제들 적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혼자인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연인이나 부부, 친구, 자식을 동반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이 아무리 함께한다 해도
 만일 주님이 함께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소풍 허무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옛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찾아 사막에 갔습니다.
사막에서 우선 마련한 것이 우물이었습니다.
 
사막 같은 세상에 하느님이,
사막의 우물 같은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면
인생소풍 참 허무하고 고달프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오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함께할 때
과정마다 목표가 되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의 복음 말씀입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살릴 것이다.”

바로 이게 예수님이 아버지께 받은 사명이요,
우리의 사명이자 우리의 전 삶의 목표는
바로 이런 주님을 만나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충만한 소풍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필립보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후
주님과 함께 얼마나 신명나는 소풍인생을 삽니까?

필립보의 복음 선포의 결과,
‘사실 많은 사람에게 붙어 있던 더러운 영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고,    
  또 많은 중풍 병자와 불구자가 나았으며,
  그 고을에는 큰 기쁨이 넘쳤다.' 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녀 가타리나 역시
만 33년의 짧은 생애를 사셨지만
신비가, 활동가, 개혁가, 철저한 금욕가, 교회박사로 불릴 만큼
교회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물들 중의 한분 이였다니,
얼마나 사랑 충만, 성령 충만의 아름다운 소풍 인생을 사셨는지요.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아름다운 소풍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십니다.

“온 세상아, 하느님께 환호하여라.
  그 이름, 그 영광을 노래하여라.”(시편66,1).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