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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해야 할 하느님의 일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7 조회수581 추천수8 반대(0) 신고
 
 

우리가 해야 할 하느님의 일 - 윤경재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요한6,22-29)

 

 군중들은 예수께서 빵을 많게 하시고 나누어 주어 배불리 먹었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떠나가신 적이 없는 분께서 그곳에 계시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카파르나움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주님을 찾아나서는 일이 자칫 헛수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주님께 이른다고 요한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6,22절부터 긴 빵의 담론이 시작합니다. 6,71절까지 빵의 표징을 가르치시려는 예수님과 잘 알아듣지 못해 헷갈려하는 군중과 제자들의 모습이 전개됩니다. 인간 이해능력의 한계를 잘 아시는 예수께서 먼저 군중의 의도를 정확하게 진단하십니다. 표징을 깨우치기보다는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현실적 필요에 의해 예수님을 찾았다고 꼭 집어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도 가슴이 아플 정도로 예리한 지적입니다. 우리더러 “왜 교회에 나오느냐? 표징을 깨닫기 위해서냐? 현실적 만족을 위해서냐?”하고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라고 힘쓰라는 요청에 군중은 또 다시 오해를 합니다. 무엇인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일이나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입니다. 마치 탈출기 19,8절에서 모세에게 백성이 다 함께,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계명을 알려주시지 않으십니다. 구약의 백성이 옛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는데 무슨 계명을 덧붙이겠으며, 이제는 계명을 지키는 것보다 아빠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깨닫고 믿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씀 논조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상당히 엉뚱하게 들립니다. 십계명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실행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탈출기에서 주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은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기5,6)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사제들의 나라’, ‘거룩한 백성’은 이제 이스라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백성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주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대로 사제적 삶을 살라고 요청하시고, 사제적 삶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보고서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삶이라고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이란 거룩한 일, 즉 성사(聖事)입니다. 아드님 예수께서 이 세상에 들어오신 때부터 성사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일입니다. 이제 거룩한 백성은 성사를 집행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온 세상 피조물에게 하느님을 가리켜 보이고 먼저 체험한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선포하고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성사 중 첫 번째는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셔서 그 뒤를 이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대신해서 활동한다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예수님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성체성사는 바로 돌아가신 그분께서 부활하시어 빵의 형상으로 현존한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사제는 미사성제 때 성령께서 오시어 성변화를 이루어 주시도록 기원합니다. 그 성령의 힘으로 사제는 밀병에 축성하게 되고 그 순간 밀병은 거룩한 성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 성사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날에 직접 세우시고 영원히 기억하고 기념하라고 명령하신 내용입니다. 이 성사의 약속은 영원히 지켜질 것입니다. 주님이신 예수께서 직접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백성은 이 성사에 참례하여 예수님께서 세상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고 선포하는 백성입니다. 성체성사로 우리 안에 들어오신 분을 모시고 살며 뭇 사람들에게 사제적 삶을 증거 하는 사람이 거룩한 백성입니다.

  이처럼 탈출기에서 모세와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시는 하느님께서 바로 아드님이신 예수를 파견하시어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것을 믿고 살 때 우리는 성사적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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