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마음속에 느끼는 평화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6 조회수618 추천수10 반대(0) 신고
 
 

마음속에 느끼는 평화 - 윤경재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24,35-48)

 

 어제 몇몇 교우들과 새벽미사 후에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토요일이라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부터 커피 마시는 것이 싫어 저희만의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커피와 율무차를 반씩 섞어 마십니다. 그러면 강하지 않고 구수한 맛이 숭늉마시는 듯합니다. 비록 자판기에서 뽑는 이백 원짜리이지만 마음에 맞는 형제들과 이야기 나눌 여유를 주는 도우미라 생각하니 비싼 브랜드 커피보다 더 맛이 좋습니다. 이름하여 율커피입니다. 따뜻한 종이컵을 만지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한 형제님께서 어쩌다 보니 예수님과 성경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자신을 미친 사람쯤으로 여기는 눈총을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교우들 모임이었는데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 어색함이 잠시 자신을 짓누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모임은 미사에 참례하고 나온 뒤라서 마음이 깨끗해지고 영이 충만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합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여기서 얻는다고 말합니다. 세탁기가 빨래를 빙빙 돌리면서 찌든 때를 빨아주듯이 반복되는 복음 말씀과 미사전례가 삶에서 묻은 때를 빼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특히 미사만 참례하고 줄행랑 놓듯 집에 갈 때보다 이렇게 율커피 한 잔 나누고 돌아갈 때 더욱 깨끗하고 싱싱해진 자신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는 낙심하여 공동체에서 벗어나 시골로 갔던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다시 공동체로 복귀하면서 시작합니다. 두 제자는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자신들이 왜 변했는지 어떻게 회심하게 되었는지 복음 묵상하는 자리였습니다. 예수 체험을 간증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 자리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홀연히 다가오시어 그들 가운데 서 계셨습니다. 굳이 주님을 초대하지 않아도 예수님께서 먼저 찾아주신다는 말씀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선물은 평화입니다. 평화는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어색함과 쑥스러움은 아직 주님을 모시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공동체에서 마음이 떠난 상태를 나타냅니다. 공동체는 서로 영향을 줍니다. 나 한 사람이 뜨악하다고 여기면 곧 이런 어색함이 모두에게 전염됩니다. 내가 변하면 전체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낙심하고 있는지 자주 살펴야 합니다. 그런 형제자매를 찾아 손을 내밀어 주어야합니다. 천주교회에 처음 입교하거나 개신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종종 이런 불평을 합니다. 성당에 찾아 와도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드물고 냉랭한 감이 든다고 불만을 표현합니다. 입교한 지 오래된 교우라도 이사를 가 성당 교적이라도 옮기면 그런 냉랭한 심정이 들어 새 본당에 정 붙이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무엇인가 해결책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을 체계적으로 맞는 담당부서를 만들고 본당 소개 프로그램을 연구해 항시 오픈하여야 하겠습니다. 사무실 직원에게 맡겨서는 일에 치여 자칫 딱딱해지기 마련입니다. 전화 걸어주고 만나주시는 봉사자를 양성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 체험을 이야기하는 마당을 좀 더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그런 체험은 어쩌면 입에 꺼내기 쑥스럽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또 듣는 사람은 별거 아니라고 흘려듣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절실한 체험이었으며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평신도이면서 묵상글을 매일 쓰다 보니 가끔 힘들고 부담스럽게 다가와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잘 난체하는 것 아니냐는 손가락질 받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자매님께서 이런 충고를 해 주셨습니다. “형제님의 글을 읽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단 한사람이라 예수님께 회개하고 돌아섰다고 생각하십시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힘들면 가끔 짐을 내려놓기도 하십시오. 형제님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시죠?” 그 어떤 위로보다 크게 다가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좀 더 예수님께 매달리자. 그리고 숨어 계신 그 어떤 분에게 손길을 내밀자. 능력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냥 나가자. 내 진심을 담기만 하자.

  그런데 진정 고백할 일은 묵상글을 쓰면 제가 행복하더라는 말입니다. 글 쓰는 동안에는 마음속에 평화를 느낍니다. 그러면 됐지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오직 감사할 뿐이라는 고백을 또 하게 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