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별과 안개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0 조회수618 추천수8 반대(0) 신고
건전지가 충전되듯 저도 이제 충전이 가득 되었습니다. 충전은 여행을 통한 것도 아닌 다름아닌 미사를 통해서입니다. 이틀을 미사를 가지 못해 점점 배터리가 줄어 행동도 느리고 사고도 떨어지더니만 미사를 다녀 오니 또 배터리에 에너지가 가득 찼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머리를 움직이고 손을 움직이며 글을 씁니다.
 
제가 여행을 통해 묵상을 한 것은 다름아닌 ‘가리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린다는 말은 앞을 가로 막는 어떤 장애가 있어 잘 볼 수 없다는 말이지요. 외부의 환경에 의해 가리워질 수도 있고 스스로 눈을 감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서 보기를 거부할 수 도 있습니다.
 
소나무가 둘러진 숲 속의 캐빈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동안 저를 제일 감동시킨 시간은 깜깜한 밤과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모닥불을 끄고 모두 집안으로 들어간 후 칠흙같이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큰 아이와 함께 함께 올려다 본 하늘이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세상의 빛나는 보석을 모두 뿌려 놓은 듯한 그 보석들이 당장이라도 내가 서 있는 이 지구로 쏟아져내릴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엄마, 별들이 정말 반짝여. 그치?’
‘그래서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라는 노래도 있잖니?’
‘엄마, 별이 너무 아름답다. 정말 Heaven on earth야’
‘그래 사람이 만든 불빛이 별빛을 가리지 않아 수많은 밝은 별을 볼 수 있는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이 천국이야.’
 
큰 아이와 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나눈 대화입니다.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 하나 없이 고요와 어둠의 세상에서는 하늘의 별을 또렷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수없이 많은 별을 보지 못하는 것은 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위적으로 밝힌 불빛이 별을 가리워서 보지 못하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하늘 위에는 우리를 향한 사랑의 빛이 항구하게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밝힌 불빛 때문에 하느님 보내시는 빛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내가 만든 내 안의 빛이 오직 주님의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내 안에 스스로 만든 빛은 실리를 따지고 손해보지 않고 영악하게 살고자 하는 내 나름의 빛이라 자부하지만 그것은 주님께서 주신 빛이 아닙니다.
 
제가 제 안에 스스로 만든 불빛을 끄고 싶습니다. 스스로 빛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스위치를 내리고 오직 어둠만이 존재하는 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주님의 빛이 어떤 방해도 없이 제 안으로 곧게 깊게 비추어들어 오겠지요? 당신의 빛이 무엇이든지간에 저를 밝혀 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였습니다. 안개로 가려진 길을 따라 걸으며 하느님께 아침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구불 구불 숲으로 난 길은 아침 안개가 자욱하여 이어진 길이 보이지 않고 마치 길이 없는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길은 없는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 오시는 우리 주님은 또한 안개를 걷어내고 길을 또렷이 보여 주실 것을 압니다. 내가 만드는 안개로 하느님으로 향한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길을 가리지 않도록 주님 당신의 태양을 늘 가까이 제 곁에 두고 싶습니다.
 
새벽에 만난 안개가 숲을 감싸고 생명을 품은 신비로운 느낌은 마치 내가 하느님께서 나를 품어 주시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생명을 가진 너 사람을 나는 이토록 사랑한단다.’ 라고 말씀하시는 듯했어요.
 
여행을 함께 했던 사람들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일도 중요하고 자연안의 하느님을 느끼는 것도 감동이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하느님 당신을 바라고 당신과 머물고 싶고 당신과 호흡하며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늘 별과 태양이 존재하듯 하느님 당신만이 우리를 밝혀주시는 빛이심을 압니다. 내가 만든 내 안의 불빛과 안개는 주님이 거두어 주소서. 오직 당신의 빛만을 따라갈 수 있도록, 당신 가르쳐 주시는 길을 쉼없이 지치지 않고 항구하게 갈 수 있도록 당신께서 이끌어 주소서.
 
그냥 기억을 떠올려 글을 써 보았습니다. 생생한 느낌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에 느낀 것은 그 때 바로 써야함도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니 자꾸 느낌이 흐려집니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도 제가 보고 느꼈던 깜깜한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새벽 안개길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곳이 요셉 성인 축일이어서 더욱 복된 날입니다. 지상의 아버지가 있어 든든합니다.  지상의 아버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아 아버지께서 살아가신 순결, 포용, 침묵, 기도, 순명, 인내, 의로움의 삶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겠습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셉 성인 축일을 보내시는 모든 분과 또 희망찬 새날을 맞이하기 위해 주무시고 계신 모든 분께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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