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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패?로 돌아간 복음선포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6 조회수516 추천수7 반대(0) 신고
 
 

실패?로 돌아간 복음선포 - 윤경재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온 땅에 큰 기근이 들었던 엘리야 때에, 이스라엘에 과부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엘리야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파견되지 않고,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되었다.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그들은 들고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 고을은 산 위에 지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루카 4,24-30)

 

 루카저자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돌아오신 후에 성령의 힘을 지니시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소문이 퍼졌고,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칭송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복음 선포가 성공하여 이름을 날린 것입니다. 이제 그 명성을 지니고 고향으로 돌아와 회당에서 성경을 봉독하고 해설을 합니다. 그 첫 말씀은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라는 것과 희년을 선포하니 모두 따르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이제 예전에 알던 목수 예수가 아니라 성령으로 새롭게 변한 예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신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권능이 있으니 자신의 말을 따라 모두 변해야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예수가 그새 변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목수 예수로 남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야 자기들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자기들 고향에 와서 소문대로 기적을 행하고 병자를 치유하여 고장의 이름을 드높여 주기를 바랐습니다. 혹시 고향에 사람들이 병을 고치거나 구경하러 몰려오면 혜택이나 볼 궁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리라는 기대를 하였던 것입니다. 자기들은 덕이나 볼 요량이었는데 자신들마저 이렇게 저렇게 바뀌라 하니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까짓 게 뭐냐는 심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예수의 복음 선포는 실패로 돌아간 것이었습니다. 루카저자는 과감하게 스승 예수의 실패를 복음서 초반에 배치하였습니다. 마르코와 마태오 복음서에는 이 사건이 중반에나 나옵니다.

 루카저자는 이 사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참으로 보이고자 하신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루카저자의 핵심 구절이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4,30)”입니다. 이 말뜻은 고향 사람들이 보여준 그릇된 행동에 용감하게 맞서시며 그들의 속마음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양단해 가르며 당신의 길로 떠나 가셨다는 의미였습니다. 고향에 눌러 앉아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거절하신 것입니다.

  성령은 자유를 줍니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과 같아 어디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한 곳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떠나감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성공에는 도무지 마음을 두지 않고 실패하여도 멈추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습니다. 순례의 여정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루카저자는 예수님의 공생활을 순례의 여정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향에서 작은 이름이나 팔며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고향에서의 실패는 의도된 실패였습니다. 루카저자는 이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성공과 실패를 넘어 성령과 더불어 사는 자유를 향한 여정입니다. 진정한 자유인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성공에 안달복달하는 소아적 태도를 버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마저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자유를 예수님을 통해서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루카복음서의 수난 장면은 그다지 괴롭고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우도를 천국에 초대하고 십자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용서하시며 자유를 지닌 채 돌아가십니다. 오히려 그 아래에 있는 군중과 여인들이 더 갈라진 가슴을 치며 돌아갔습니다. 밀려드는 후회와 두려움을 안은 채 자기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성령은 자유를 주며, 사랑과 용서와 인내와 용기와 기쁨을 선물로 줍니다. 그 열매가 없다면 성령을 받았다고 감히 말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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