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나무가 되고 싶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3 조회수649 추천수9 반대(0) 신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흐린 날의 아침이다. 어제 예상한대로 비가 가늘어진 날씨에 우리 집 뒷마당엔 온갖 종류의 새들이 다 모여 든다. 아기 손만 한 작은 새부터 내 손만 한 새까지 이리 저리 물이 뭍은 나무와 땅을 폴짝 뛰어다니고 날아다닌다. 노래하는 소리는 한껏 높은 톤이어 그 기쁨이 내게도 전해 온다.

어제 밤에는 비가 심하게 와서 우리 본당 수요미사를 가지 못했다. 마음은 그곳에 있었는데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해서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큰 교통사고로 예전에 받았던 충격 때문에 고속도로를 운전하기 시작하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운전을 못하면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생활이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가게들은 주택 단지와 떨어져 운전을 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았기에 여기 와서 처음으로 운전을 시작하였고 그나마도 동네를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는 그나마도 겁이 나서 남편이 고속도로를 운전을 하고 내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에도 손잡이를 꽉 잡곤 했었다.

사람의 뇌에 인지된 나쁜 기억과 두려움을 털어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샌디에고에 살 때 내가 정말로 마음으로 의지하고 좋아했던 한 언니를 통해서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일부러 나를 운전 연습을 시키겠다고 성가실 텐데도 앞에서 운전해 주며 자신을 따라 오라 하였다. 그렇게 몇 번을 연습을 하고 나니 내 안에 용기가 생기고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혼자서도 고속도로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언니의 자비로운 사랑의 마음과 구체적인 실천 때문에 이나마 운전을 하고 다니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운전을 잘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런 제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이 속도감에 불안하고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제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길을 운전해서 성당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집에서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보 때문에 어제 밤에 메일을 보내 온 교우가 십자가의 길 기도가 큰 은총이었다고 하였다. 그랬을 것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좋은 것을 마련해 두시고 우리를 부르시니 우리가 그곳에 가기만 하면 은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거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나와 같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가지 않으면 하느님 주시는 소중한 은총을 경험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하느님은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을 내어 주시고자 하니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말씀을 읽고 준비하여 아침 미사를 다녀왔다.

오늘 성당에서는 새로 부제가 되신 분이 하얀 옷을 입고 강론을 해 주셨다. 백색의 옷이 예수님을 상징하듯 그분도 주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양들에게 봉사하고 주님께로 인도하는 부제님이 되시기도 기도 드렸다.


"주야로 하느님의 법을 묵상하는 사람은 복되다. 희망을 하느님께 두는 사람은 흐르는 물가에 심겨진 나무와도 같다. 그 나무는 계절이 가면 열매를 맺고 그 잎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복음 환호송의 말씀이 너무 아름답게 들렸다.

나는 열매를 맺는 아름다운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주야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물을 흡수하는 나무 말이다.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이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는 온 시간으로 바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아마도 나를 비워야 할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 나의 이기심, 나의 욕심 등 나를 위주로 생각하는 것을 비워야만 당신이 들어올 공간이 생길 것이다. 또한 나를 버리고 다른 이를 향한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내 마음의 밭에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내 안에 있는 예수님이라는 씨앗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비옥한 거름이 될 것이다. 하느님 말씀이라는 물이 스며들어 쑥쑥 자라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다른 이를 향한 공감 혹은 연민이 없다면 자비롭지 않은 사람이다. 자비롭지 않은 사람은 다른 이들이 어떤 곤경에 빠졌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고통 받는 이를 보고도 무관심하고 무시하며 지나가는 사람은 결코 하느님 나라에 갈 수가 없다는 말씀이 오늘 복음 말씀인 부자와 나자로의 이야기이다.

이미 당신께서 제게 심어 놓으신 씨앗이 당신을 닮기 위해 행동하고 당신의 말씀을 날마다 묵상하여 세상 끝날까지 푸르른 나무로 자라게 당신께서 도와주시옵소서.

제가 도움 받은 것을 잊지 말고 제가 만나는 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않게 하소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당신이 가셨고 내가 당신을 따라 오기를 원하는 내가 가야할 길을 지상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제게 보여 주소서.

비오는 날씨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쓰니 좋습니다. 주변에 만나는 사람 많이 도와주시는 하루 되세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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