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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찾는 길손들"- 3.1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2 조회수488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3.12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예레17,5-10 루카16,19-31

            
                                      
 
 
"하느님을 찾는 길손들"
 


어제 아침성무일도 중
시편 세 구절이 오늘 말씀과 관련되어 생각납니다.

“주여, 내 기도를 들어 주소서.
  이 몸은 당신 곁에 길손 이옵고, 나의 모든 조상처럼 나그네이오이다.”

“보라, 이 사람이 하느님을 힘으로 삼지 않고,
  제 많은 재산을 믿으며 악행으로 세도를 부렸도다.”

“그러나 나는 주님의 집에서 푸르른 올리브같이,
  언제까지나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리라.”

새삼 마음 시리게 와 닿은 단어가 ‘길손’과 ‘나그네’입니다.

우리 모두 잠시 지상에 머물다 가는 길손들이요 나그네들입니다.
 
요즘 가까이서 세상 떠나는 이들을 보면 새삼 길손 인생임을 실감합니다.
 
때로 물밀듯 밀려오는 허무감이 가슴을 썰렁하게 합니다.
세상을 떠나도 친지들의 가슴에 애증의 추억을 심어주고 떠나는 이들,
하여 삶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되어있음을 봅니다.

한 번 뿐이 없는 길손 인생, 나그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허송세월이 아닌 매일을 하느님 주신 선물로 새롭게 보내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길손 인생, 나그네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와 나자로,
제1독서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주님께 의지하는 자’의 대조가 참 의미심장합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합니까?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위로 하느님을 향한 문이,
옆으로 이웃을 향한 문이,
미래를 향한 문이 완전히 닫힌 고립단절의 폐쇄적 삶을 의미합니다.
 
현재만이, 본능적 욕망의 충족만이 전부가 되어버린
1차원적 천박한 삶의 극치입니다.
 
과연 이런 부자의 삶에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제1독서의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의 모습이 바로 이 부자의 내면 모습 같습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 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그는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리라.
  그는 광야의 메마른 곳에서, 인적 없는 소금 땅에서 살리라.”

하느님을 잊고 본능대로 막 살다 보면 이런 황폐한 내면이 될 것입니다.
 
이런 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오늘 날의 추세 같습니다.
 
겉으로는 부자들이지만 내면은 참 황폐한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돈 중독, 재물 중독보다 사람을 황폐하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부자와 라자로가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대문 앞의 라자로는 하느님께서 부자에게 내준 구원의 시험문제였 습니다.
 
마음을 열어 관심을 갖고 가진 것을 나누라는 주님의 시험문제가
라자로였고 부자는 이를 지나쳤습니다.
 
사후 라자로와 부자사이의 건널 수 없는 ‘큰 구렁’은
바로 무관심으로 단절된 둘 사이의 골을 상징합니다.
 
나그네 인생, 길손 인생임을 까맣게 잊고 영원히 살듯 착각한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입니다.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죽음을 통해 살아생전의 모습이 환히 들어납니다.
 
살아생전에 가난했지만 내적부자였던 라자로였고,
살아생전에 부자였지만 황폐한 내면의 가난한 자였던 어느 부자였습니다.
 
제1독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 라자로의 내면의 묘사 같기도 합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때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으리라.”

주님을 신뢰하여 이런 내면을 지닌 이들이 진정 부자들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께 신뢰를 두는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어
내적풍요의 삶을 살게 해줍니다.

“행복하여라, 그 길이 온전한 사람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걷는 사람들!”(시편119,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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