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비오는 아침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1 조회수419 추천수6 반대(0) 신고

제가 아침의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릅니다. 아침의 고요와 평화만이 내 주변을 감싸고도는 시간입니다. 게다가 기도와도 같은 하느님을 향한 그리고 하느님 닮은 사람을 향한 사랑의 편지를 쓸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언니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함께 나눌 음식 준비로 오전 시간을 다 보내느라 미사를 다녀 온 후에도 이렇게 조용히 책상에 앉을 짬을 내지를 못해서 아쉬웠었는데 그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하듯 오늘은 글쎄 봄비까지 내리니 저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 신이 납니다.

어제 밤부터 천둥 번개가 치며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살짝 깨긴 했지만 오랜 만에 대지를 적셔주는 비님이 무척 반갑습니다. 그동안 꽃을 피우거나 새순을 돋아내는 나무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도 목말랐을 거예요. 오늘은 아마 꽃과 나무들 그리고 말랐던 대지가 저만큼이나 이 비를 반기겠지요.

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 오늘따라 어떤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보다 좋습니다. 떨어지는 비는 리듬을 만들고 멜로디를 연결해줍니다. 가사는 가끔 내가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사가 있는 노래가 아니어도 비가 만들어 내는 소리만으로도 더 없이 훌륭한 음악이 됩니다. 음악의 작곡가는 하느님이겠지요?

사람들이 작곡한 클래식 음악을 유심히 듣다 보면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애쓴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음악에 빠져 있으면 내가 하늘을 나르고, 바닷속을 보며 때로는 바람을 맞으며 초원위에 서 있는 듯하거든요.  어떤 이는 빗소리를 흉내 내고,  어떤 이는 태양, 달, 별, 바람의 느낌을 담고, 또 다른 이는 새, 나무, 꽃, 동물들의 몸짓을 음악에 표현하고자 곡을 만들었겠지요. 연주가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그것을 한껏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나와 같은 청중은 내 마음을 따라 음악을 통해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비가 오니 조금 걱정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만나던 새들은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져 어디로 갔을까요? 둥지로 갔을까요? 어느 집 지붕 아래 처마에 몸을 피해 있을까요? 아침에 늘 보던 새들이 보이지 않으니 궁금해집니다. 모두 안전한 어딘가로 피해 있다가 비가 그치면 지지배배 소리를 내며 더욱 신이 나서 우리 집 마당으로 날아들겠지요.

자연은 정말 하느님 같아요. 어제 아침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의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모습도 그랬고 빛과 어우러져 만드는 아름다운 형상의 구름도 그랬습니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제 마음을 사로잡고 드넓은 평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이 저를 향해 성큼 성큼 다가오는 모습도 그랬어요. 어제는 작은 아이가 축구 연습을 하는 동안 새 친구인 말도 사귀었어요. 풀을 뜯어 주니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제가 자연이 하느님 같다고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모두 제게 평화를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늘은 보는 순간, 날아다니는 새를 응시하는 순간 그리고 말을 쓰다듬어 주는 모든 순간이 저는 마치 하느님 안에 머물고 있다는 착각을 느낄 만큼의 마음의 평화를 느낍니다. 미사나 기도를 통해 얻는 평화와 자연을 통해 얻는 평화가 그 무게의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비슷하게 저를 마음 깊은 곳의 평화로 이끌어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자연을 느끼는 동시에 하느님 당신이 제 마음을 온전히 채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과의 일치가 아마도 하느님과의 일치가 되니 저는 더 없는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미사를 가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는 만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내 주위에 관심만 조금 기울이면 하느님 당신을 알아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제게 주셔서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동안 굵은 빗방울은 가늘어지고 점점 날이 밝아 옵니다. 물기를 머금은 연초록 나뭇잎들은 깨끗해진 얼굴로 아침 인사를 합니다. 오늘도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잘 지내라고요.

비가 씻긴 온 누리가 먼지 없이 깨끗하듯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인 고백성사를 통해 내 마음의 먼지도 씻기 원합니다. 남은 사순시기 동안 더 없이 깨끗한 마음이 되어 우리 예수님의 수난에 온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빕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고맙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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