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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 정화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0 조회수493 추천수5 반대(0) 신고

 

정 화

 주님께 부름을 받은 바오로 사도는 곧바로 다마스쿠스의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힘차게 선포한다. 그러나 사도를 없애려는 유다인들 때문에 간신히 다마스쿠스를 탈출하게 된다(사도 9,20-25).  마침 이 사건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구체적인 증언(2코린 11,32-33)이 있어서 그 시기가 최소한 AD39년(아레타스 임금이 죽은 시기) 이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바오로 사도는 그 후 예루살렘으로 갔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자들 모두 그를 두려워하고 믿지 않아서 바르나바가 중재해 주어야 했다. 그곳에도 사도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도는 타르수스로 물러가야 했으며(사도 9,26-30), 바르나바가 안티오키아로 데려가려고 찾아갈 때까지(사도 11,25-26) 타르수스에 머물러 있었다고 사도행전은 증언한다. 그러나 사도 자신의 기록은 일의 순서와 기간, 내용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사도는 회심 이후 곧바로 아라비아로 갔다가 다마스쿠스에 갔고, ‘삼 년 뒤에’ 예루살렘에 올라가 베드로와 주님의 형제 야고보만 만났다고 한다. 사도가 다시 예루살렘에 올라간 것은 14년 후의 일이다(갈라 1,17-2,1).

 

▲ 바구니를 타고 탈출하는 바오로. 다마스커스 사울의 회심교회

 

  사실, 어떤 일이 먼저 있었는지, 14년이란 긴 세월동안 사도가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성경 안에서는 분명한 답을 찾을 수 없어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도가 열정을 가지고 임한 초기 복음 선포 활동이 사람들(유다교인, 그리스도교인 모두)의 불신과 거부 그리고 살해의 위협 속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의 뼈저린 좌절감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도라고 어찌 자신의 사명에 한 번도 의혹을 품어보지 않았으랴?

    소명을 받아 열정을 가지고 나섰다가 좌절한 경험은 하느님의 예언자들에게는 비일비재하다. 또 소명을 받기 전에 그런 체험을 한 경우도 많다. 요셉은 형제들에 의해 ‘구덩이’에 던져졌다(창세 37,24). 그 사건 이전과 이후 요셉의 태도는 놀랄 만큼 변화되어 있다. 모세는 백성을 광야로 이끌어 내기 전, 자신이 먼저 광야생활을 경험했고(탈출 2,15), 요나도 물고기 배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어둠의 과정을 겪었다(요나 2,1). 모든 하느님의 종들이 그랬듯이 바오로 사도도 예외 없이 쓰라린 체험이 필요했던 것인가?

   그렇다. 뽑혔다고, 사명을 받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님의 참된 일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없이 정화되고 다져져야 할 과정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가? 도처에서 실망과 좌절, 의문과 두려움이 느껴져 신앙생활도 봉사활동도 다 그만두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가 겪은 어둠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사도가 후일 어둠을 뚫고 나와 빛나는 업적을 남겼던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주님과 함께 있는 한 우리도 반드시 빛을 찾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으로 이끈 주님께서 빛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사도에게도 그랬듯이 이런 과정은 앞으로 몇 번씩 우리 삶에 나타나리라. 그때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다가갈 것이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이 글은 수원교구 주보 3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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