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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이셨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0 조회수548 추천수5 반대(0) 신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이셨다! - 윤경재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마르 8,34-35)


 우리는 오늘 한국 천주교회의 큰 어른이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 영원한 이별을 고합니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주님의 복음을 이 세상에 뿌리시고 가십니다. 지난 2월 16일 6시 12분 추기경님께서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었나요? 그런데 장례미사가 거행되는 오늘까지 닷새 동안 우리의 슬픔이 또한 어떻게 바뀌었나요? 그 짧은 사이에 우리 가슴 속에 머물던 애절한 슬픔이 뿌듯한 행복으로 부활한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보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세상사람 모두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로 놀랄만한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겨우 10여 초를 추기경님 앞에 머물기 위해 서너 시간동안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을 기다렸습니다. 줄에 늘어선 우리는 마음속에서 예수님 십자가 밑에서 고백했던 백인대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


 그렇습니다. 백인대장이 그렇게 외쳤던 마음을 우리는 이제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거룩한 진정성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직접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방인이었던 백인대장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 본래의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움직였을 것입니다.


 제 한 목숨을 염려하여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도 숨어서나마 그 광경을 지켜보았겠죠. 그런 제자들도 역시 감동하여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님 부활을 체험하였습니다. 이제 그들도 주님께서 말씀하신 제 십자가를 지고 죽어야 산다는 역설의 외침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변했습니다. 죽음이 더는 끝장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역설을 소리쳐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사제요 스승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장례미사 현장에서 당신께서 보여주신 삶이 진정으로 모든 사람을 변화시켰다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이분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람이셨구나!”


 김 추기경님께서는 평생을 “너희와 모든 사람을 위하여”라는 지침을 새기고 사셨습니다. 늘 온화한 미소를 띠는 모습 속에 이 겨레와 국가를 걱정하시면서 불면의 밤을 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께서 지어야 할 십자가를 한 번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지니신 병고를 ‘바오로의 가시’처럼 기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생전에 그분을 뵌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온유함에 놀랐습니다. 저도 온유하다는 어려운 말뜻을 처음으로 그분을 만나고 이해하였습니다. 언뜻 친절하고 따뜻하고 친구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마태오 복음서 5,5절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이라는 선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추는 일은 당연하고 예수님의 진심을 이해하려면 꼭 한 가지가 더 필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온유라는 praus 그리스어 원문의 뉘앙스는 가축을 세심하게 돌보는 마음이라는 뜻이랍니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끝까지 찾는 마음이라는 뜻이랍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는 만나는 사람 모두가 스스로 길 잃은 양이라고 깨닫도록 해 주셨습니다. 길 잃고 헤매는 나를 찾아오신 목자라는 감동을 새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시는 마지막 날까지 길 잃은 양들을 당신 품안에 모으시면서 가십니다. 이 어찌 주님 은총의 기적이라 고백하지 않겠습니까! 아멘. 아멘. 이런 분을 우리 곁에 허락하신 주님은 찬미받으소서!








8.  Sequentia: Lacri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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