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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0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0 조회수774 추천수19 반대(0) 신고
    
 

2월 20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 - 마르코 8,34-9,1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가 넘어진 바로 그 곳에서>


    한 수도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깊은 산중에 있는 아름답고 조용한 피정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오는 사람마다 다들 부러워했습니다.


    “이렇게 수려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사니 기도가 저절로 되겠군. 스트레스도 하나도 없을 것 아냐?”


    그러나 정작 그 수도자는 늘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주 불안했습니다. 내적인 평화가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면의 불안정이 바깥으로 표출되어 얼굴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불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가지 않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건, 이웃에 대해서건 지나친 완벽주의였습니다. 나는 매사에 완벽해야 해, 나는 아파서도 안 되, 나는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지, 이번 행사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야 해...


    틈만 나면 나름대로의 틀, 자기만의 잣대로 자신과 이웃에게 들이댔습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무서운 얼굴로 돌변했습니다. 결국 그의 처신은 자신에게나 동료수도자들에게나 수많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는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심한 죄책감, 우울증이 뒤따랐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심하게 해치는 완벽주의가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추적해 봤더니 결국 자신의 무능함, 피해의식, 애정결핍에서 기인했습니다.


    이런 영적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첫 실마리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부족함, 자신의 무능함, 자신의 나약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의 죄, 나의 결핍, 나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이토록 상처투성이뿐이며, 철저하게도 부족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다 던져버릴 때, 통째로 맡겨버릴 때, 그 순간부터 참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 순간부터 깊은 내면의 자유가 시작됩니다.


    이런 쓰라린 작업이 진행된 이후에 하느님께서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 우리를 만나러 찾아오십니다. 우리 손을 잡고 일으키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지긋지긋하게 우리 뒤를 따라다니는 다양한 삶의 십자가, 때로 바라보기도 싫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그 십자가야말로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도구입니다. 우리의 한계, 우리의 결핍, 우리의 죄, 우리의 실패, 우리의 방황과 실수, 과오...


    참으로 묘하게도 이런 십자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넘어진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등을 돌린 바로 그 곳에서, 우리 자신의 철저한 무능을 절절히 체험한 바로 그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우리와의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56번 / 한 말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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