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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8 조회수494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일>(2011. 8. 28.)(마태 16,21-27)

 

<십자가>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자 베드로가 강하게 반박합니다.

아마도 십자가, 수난, 죽음 같은 일이 왜 필요한 것이냐고,

그냥 부활, 영광으로 직행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발했을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활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단식기도를 하셨을 때,

사탄이 와서 세 가지 유혹을 했습니다.

사탄의 세 번째 유혹은

자기에게 경배하면 세상의 모든 나라와 영광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에도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 라고 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사탄도 아니고, 사탄의 유혹에 빠진 것도 아니지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생략하고 부활의 영광으로 직행하자고 한 것은

사탄의 유혹과 같은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사탄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라고 하신 것은

‘없어져라, 사라져라.’ 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인데,

베드로에게 ‘내게서 물러가라.’ 라고 하신 것은 ‘내 뒤로 가라.’ 라는 뜻입니다.

‘내 뒤로 가라.’ 라는 말은 ‘제자의 본분을 지켜라.’ 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을 제자로서 따르라는 뜻입니다.

 

제자로서 따르지는 않고 오히려 길을 막고 있으니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라고 하십니다.

사실 베드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예수님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해서였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가끔 야구 중계를 볼 때가 있습니다.

야구 경기의 규칙은 복잡하기도 하고 고지식하기도 합니다.

타자가 홈런을 치면 득점이 인정되는데,

홈런을 친 타자는 무조건 1루, 2루, 3루 베이스를 순서대로 정확하게 밟으면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아야 합니다.

만일에 하나라도 베이스를 밟지 않은 것이 나중에 드러나면 홈런이 무효가 됩니다.

(실제로 홈런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홈런을 치면 당연히 득점이 인정되니까,

그냥 득점한 것으로 계산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굳이 그렇게 고지식하고 엄격하게 형식을 지켜야 하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부활로 끝나게 될 일이라면,

중간의 십자가는 그냥 건너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어떻든 예수님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십자가가 없는 부활은 부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부활 없는 십자가는 무의미하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십자가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는 것입니다.

(홈런을 쳤으니까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것으로 치고 그냥 생략하자,

라고 타협을 보는 야구 경기는 없습니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싶다면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농사일을 해야 합니다.

하늘나라는 노력도 하지 않고 복권에 당첨되는 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늘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진주로 비유하신 말씀을 보면,

‘가진 것을 다 팔아’ 라는 말이 핵심입니다(마태 13,44-46).

길을 가다가 우연히 줍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한 일도 없이 당첨되는 복권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먼 친척에게서 횡재하듯이 상속받는 것도 아닙니다.

‘피와 땀과 눈물’을 통해서 얻게 되는 나라가 하늘나라입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고향으로 들어가기까지 사십 년이 걸렸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종교의 자유를 얻고

마음껏 신앙생활을 하고 선교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삼백 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조선에서는 백 년 이상의 박해를 견뎌야 했습니다.)

 

왜 꼭 그래야 하는지 물어도 소용없습니다.

그것이 원래 하느님의 방식이고, 하느님의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과정 자체를 생략하고 결과만 얻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사탄의 유혹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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