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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추기경님의 평생에 걸친 화두, 인간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9 조회수896 추천수14 반대(0) 신고
  

 

 

<김추기경님의 평생에 걸친 화두, 인간>


    김수환 추기경님 생각만 하면 참으로 많은 정겨운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편안함, 겸손함, 소탈함, 따뜻함, 인간미...


    서울 대교구 교구장으로 재직하실 때 김 추기경님께서는 축일을 맞은 신부님들께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인사를 건네시곤 하셨습니다.


    어느 날 아침 축일을 맞은 저희 수도회 신부님께 김 추기경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렀던 선교사 신부님이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 명동의 스테파노입니다?”


    우리 선교사 신부님, ‘명동의 스테파노’란 말씀에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추기경님이 직접 전화하시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우리 신부님, 하셨던 말씀.


    “네, 명동의 스테파노씨!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전화거시는 스테파노씨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축하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선교사 신부님의 당황한 모습에 한참을 껄껄 웃으시던 추기경님, 그제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저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햇 갈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축일 축하드리고 오래 오래 건강하십시오.”


    너무나 깜짝 놀란 우리 신부님, 거의 뒤로 넘어질 뻔 하셨지요.


    한번은 제가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성탄을 맞아 갑자기 우리 아이들과 함께 미사도 봉헌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각 집에 연락해서 추기경님께 보여드릴 재롱잔치도 준비하고, 손님도 초대하고, 음식도 장만하고...그러다보니 전례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미사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쓸 곳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추기경님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전례 준비가 영 시원찮았습니다. 이런 저런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성가도 영 아니었습니다. 교구의 가장 큰 어르신을 모시고 영 경우가 아니어서, 미사 끝에 정말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말씀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도 추기경님은 마찬가지셨습니다. 전례 엉망인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그저 껄껄 웃으시면서, “아이들 아버지 노릇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은가?”하시며 등을 툭툭 두드려주시더군요.


    이제 더 이상 그 따뜻하고 정겹고 소탈한 그분의 자취를 볼 수 없다는 것, 참으로 큰 상실이요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김 추기경님, 평생에 걸친 화두는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그분은 늘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한 인간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뵙고자 노력했습니다. 제도 보다 인간, 조직보다 인간, 법보다 인간을 우위에 두셨습니다.


    따뜻함과 편안함 속에 천국이 있음을 보여주신 추기경님,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주신 추기경님, 온 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셨던 우리 시대의 참 스승이자 큰 어른이셨던 추기기경님, 부디 편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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