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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의 참모습은 떠나신 뒤에 남는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9 조회수740 추천수11 반대(0) 신고
 
 
 

그분의 참모습은 떠나신 뒤에 남는다 - 윤경재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마르 8,27-33)

 

  우리 국민은 지금 먼 길 떠나신 한 분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분이 어떤 분이셨는지 살아 계셨을 적보다 더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추모 행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자발적인 추모 발걸음은 남녀노소와 종파를 넘어선 참여였습니다. 매섭게 파고드는 추위도 추모의 열기를 식히지 못 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지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증인으로 남으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긴 줄에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묘한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슴을 도려내는 울음으로 슬퍼해야 마땅한 사별의 현장에서 슬프기보다 뿌듯함을 느끼다니 다들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습니다. 추모 미사에 참례한 사람들도 떠나가신 분을 보내는 애절함보다 그분께서 남기신 사랑의 크기에 놀라며 마지막까지 베풀어주시는 그 사랑의 위력을 새기고 있습니다. 연도를 바치면서 우리가 그분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기도 자리에 합석시키셨다고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 하느님 대전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실 분이 한 분 더 늘었다는 깨달음이 추모객 모두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아! 선종하시면서도 하느님의 복음을 선교하시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은 이분에게는 가당치도 않으며 오히려 그 자리를 더 빛내주셨다는 찬사를 바치고 싶습니다. 우리 각자는 그분께 넘치도록 사랑받았다고 고백하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에게 밥이 되어 주신 그분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고 음미하러 그렇게 긴 행렬이 늘어선 것입니다.

  베드로는 스승 예수님을 떠나보내는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우리의 참 스승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떠나보내며 느끼는 이 감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베드로도 우리처럼 어리석은 한 인간에 머물렀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승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깨우치려 하기보다 가시려는 길을 가로 막기만 하였습니다.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은 요르단 강물이 발원하는 땅입니다. 그곳은 이스라엘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어 주는 시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 가셔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정체를 명백히 밝히십니다. 당신으로부터 모든 생명과 구원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제자 베드로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고백은 일반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능가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는 악령들의 인식보다 못한 반쪽짜리 고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백도 완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참모습은 그분께서 떠난 뒤에 길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분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온전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그것이 그분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생명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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