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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자랑 말아야 할 은총이 있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9 조회수688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6주일 목요일 - 자랑 말아야 할 은총이 있다

 

신학교엔 ‘똘레병’이란 것이 있습니다. 똘레는 라틴어로 ‘자르다’라는 ‘tollere’에서 나온 말로서 ‘신학교에서 잘릴까봐 두려워하는 병’을 의미합니다. 요즘엔 그리 심하지 않지만 옛날 신부님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학교에서 쫓겨나기 일쑤였기 때문에 그런 병명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한 불완전한 사제의 잘못으로 많은 신자들을 잃을 수 있기에 사제로 선발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사람이 판단해서 학생들을 자르거나 하는 일들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었고 그 부르심을 따른 것은 자신이고 그래서 성소에 대한 선택도 자신의 의지를 크게 반영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신학교 생활을 마치고 사제가 되는 순간은 그 ‘똘레병’에서 해방되는 날입니다. 한 번 서품 받으면 누구도 쫓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살아 서품을 받은 신부님들은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위험성도 있는데 그 험난한 시기를 거쳐 왔기 때문에 사제가 되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도 높은 수준의 사람이 된다고 착각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극단적인 신부님은 사제가 수녀님이나 신자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수녀가 미사드릴 수 있어? 신자가 고해줄 수 있어? 못하잖아.”

결국 사제가 된 것이 본인이 똘레 당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미사나 고해는 성모님도 못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성모님이 성직자들보다 덜 거룩하시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성직자들의 영적인 능력은 성모님을 통해서 옵니다. 어떤 특정한 은총이 주어진 것이 자신의 거룩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은총은 자신보다 교회를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개인적인 거룩함으로 받는 은총도 있지만 교회를 위해 개인의 거룩함에 관계없이 주어지는 은총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황님이라고 해서 혹은 많은 기적을 행한다고 해서 꼭 거룩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엔 우리의 첫 번째 교황님인 베드로가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어보십니다. 어떤 이들은 세례자 요한, 어떤 이들은 엘리야,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령을 부어주심으로 소경의 눈을 띄어주십니다. 소경이 영적인 눈을 뜨자 영적인 눈으로 사람을 나무로 보게 되었습니다. 상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도 하나의 상징입니다. 생명나무이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올바로 알아보기 위해선 성령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님을 충만히 받아서 예수님을 올바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이는 베드로가 성령으로 충만함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다른 복음에서는 그것이 사람의 힘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일러주셔서 가능했다고 하시며 그렇게 선택된 베드로에게 교회의 수위권과 천국의 열쇠를 주십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잘나서 그런 축복을 받는지 압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수난을 예고하시자 베드로는 교만한 마음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을 설득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이 뽑은 첫 교회의 수장을 ‘사탄’이라 부르시며 야단치십니다.

베드로는 하늘로 솟았다가 땅으로 고꾸라졌습니다. 그런 성령의 은총이 자신의 영성이 아니라 교회를 위해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여 주신 것임을 잊고 자신의 공로 때문인지 알고 교만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직자든 수도자든 교회에서 봉사하는 누구이든 하느님께서 그런 봉사의 능력을 주신 이유는 자신의 능력이나 거룩함보다도 교회를 위해 특별한 은총을 주신 것임을 깨닫고 교만해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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