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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2일 남북통일 기원 미사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3 조회수496 추천수4 반대(0) 신고

                     6월 22일 남북통일 기원 미사-마태오 18장 19-22절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까칠한 동생>

 

    세계 각국에서 온 형제들이 함께 생활했던 국제 대학교 기숙사에서 잠깐 머무를 때의 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대면하면 대체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름이 뭐냐? 그리고 이어서 바로 어디에서 왔냐? 국적을 묻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즉시 북쪽이냐, 남쪽이냐를 묻습니다. 어떤 사람은 즉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탈북하느라고 얼마나 고생 많았냐? 요즘도 식량난이 그렇게 심하냐?”고 묻습니다. 어떤 형제는 제가 다른 공동체로 옮겨갈 때 그간 자기가 아끼고 모은 돈을 제 손에 꼭 쥐어주며 “힘내. 너의 조국을 위해 기도할게.”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당시 유럽 전역에는 많은 국영 TV 방송국들이 중요 시간대 뉴스 직전 북한의 참담한 실정을 소개하면서 모금하는 광고가 한창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피골이 상접한 북한 어린이들의 처절한 모습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럴 때 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무척 상해 펄쩍 뛰면서 그랬습니다.

    “나는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라구. 사람 우습게 보지 말라구.”

    그러나 갈수록 그런 질문 받을 때 마다 점점 슬펐습니다. 북한주민들, 따지고 보면 먼 나라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어쩔 수 없이 등에 손잡고 가야할 우리 식구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탈북하는 많은 형제들은 그나마 동족이고, 말이 통하고, 같은 피를 나누었기에 최종 기착지로 한국을 선택합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은 직선거리로 오면 자동차로 불과 한 두 시간 거리인데, 강 건너, 바다건너, 산 넘고, 생명의 위협을 넘어 수천 킬로를 돌아서 오고 있습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습니다. 그나마 국경을 넘는 주민들은 상황이 나은 분들입니다. 기아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를 타파하기 위해 움직일 줄 아는 분들입니다. 의식이 있고,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분들입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그냥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습니다. 캄캄한 이념의 동굴, 기괴한 세뇌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번 북한의 식량난, 그 어느 때 보다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원조를 준비하고 있지만, 바다 건너오는 데 시간 걸리고, 북한에 도착해서 배급하는데 시간걸리고, 그러다보면 많은 주민들이 도착한 식량을 보기도 전에 아사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도와줘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분도 많습니다. ‘우리와 죽기살기로 전쟁을 치룬 적대 국가를 어떻게 도와 주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북한은 어떻게 보면 까칠한 동생입니다. 성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당히 괴팍합니다. 틈만 나면 생떼를 씁니다. 자존심도 아주 강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토라지고 여의치 않으면 말문을 닫습니다. 엄청나게 폭력적입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상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형으로서 어떻게 사고뭉치 동생을 다뤄야 좋은지 함께 고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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