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안에 단순한 삶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1 조회수524 추천수6 반대(0) 신고

며칠 동안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단어 였다. 사실 내가 스스로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고 글을 쓰고 나니 정말 내가 외로운 사람인가 라는 생각에서부터 그러면 이러한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까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피곤하게 하였다.

이 세상을 먼저 살아간 모든 사람과 지금 살아가는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외로움을 경험할 것이고 그 외로움이라는 것을 마음 속 한구석에 품고 살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을 지라도 부모 형제가 같은 하늘 아래 있던 없던 그것은 외로움의 경중을 좌지우지 할 만한 요소가 되지 않는 다는 것도 안다. 사람이 태어나서 나이가 들고 그러면서 누구나가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외로움이라는 별 반갑지 않는 녀석인 것 같다.

젊어서는 고독을 즐기고 일부러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도 하였다. 고독 안으로 성큼 성큼 들어가도 사실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고독 안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욕심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외부 환경에 의해 어느 곳에 얽매여 바쁘게 규칙적인 삶을 살지 않아 어쩌면 한가할 수도 있는 선택의 시간이 많아질수록 어느날은 고독이 너무 심해 외로움까지 느끼지 않나 싶다.

하지만 고독이나 침묵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서서히 하느님으로 채워짐을 느껴 가면서 고독한 시간에도 더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도 자신은 없다. 무인도에서 하느님 한분과 살 수 없는 나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고독이라는 녀석과도 친구가 되어 더불어 다른 이들과 살고 싶다.

아유~머리 아파.

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데 괜히 조금 생각이 있는 사람인척 해 보았습니다. 아침에 제가 아는 모든 아픈 분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침묵 중에 고요히 머물다가 잠깐 졸기도 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성당을 나서길래 저도 따라 성당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센터에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입니다.

폐활량이 크지 않은 제가 긴 레인에서 수영하는 것은 많이 힘듭니다.  레인에서 해야할 상황이면 반드시 벽 쪽 레인 을 택합니다. 가다가 꼭 숨을 몰아 쉬어 주어야 하거든요. 대신 다이빙 풀에서 수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수영하는 길이도 길지 않은데다가 다이빙 풀에서는 제 마음대로 놀 수 있거든요. 운동도 놀이로 합니다. 혼자 물 속에서 춤을 추지요. 왠 인어?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물 속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공중을 날지는 못하지만 물 속에서는 날아다닐 수 있어요. 천장에 뚫린 창문을 통해 빛을 받아 영롱한 무늬를 만들어 내는 물의 신비로움을 보는 것도 환상적입니다. 

이렇게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사우나 그리고 샤워를 하고 상쾌하게 스포츠 센터를 나서는 순간 며칠 동안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그 고독과 외로움을 가벼이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 인생 뭐 복잡한 게 있나?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사는 거지 뭐, 내가 아무리 고민해도 나에게 이롭지 않은 거라면 그냥 고민도 중단할 수 있어야 해, 등 아주 단순한 마음이 되어 발걸음까지 가벼워집니다.

오늘따라 평소에 안하던 화장도 예쁘게 하고 눈썹에 마스카라도 발라 눈썹 끝도 살짝 올려주고 연분홍색 립스틱도 바르고 봄처녀의 마음도 되어 봅니다.

이제는 아침미사를 드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수영으로 내 몸을 돌보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를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잘 돌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진심으로 다른 이도 아껴줄 수 있겠지요?

미사를 통해 내 영혼에 양식을 주고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통해 내 몸을 돌보아 균형있는 삶을 살며 또 그 힘으로 하느님께서 제게 보내주시는 다른이도 잘 돌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은 아는 언니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요. 가서 또 신나게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올 겁니다. 이것도 저를 위한 선물이지요.

제가 묵상글에 진실로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지 많이 고민이 됐어요. 정말 별 것 아닌 저의 일상을 묵상방이란 이런 곳에 올려도 되나 사실 마음이 조금 주춤 거려요. 그런데 이것도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고 싶을 때까지만 하려고요. 제가 이 과정을 통해 행복하고 기쁘면 그것을 즐기고 그렇지 않다면 안할거예요.

단순한 삶을 사랑하는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주님 안에 단순한 삶을 사시길 빕니다.

오늘도 많이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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