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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1 조회수493 추천수15 반대(0) 신고

제가 천주교신자가 될수 있었던 것은,
저의 노력이 단 1%도 섞이지 않은 모태신앙 덕분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어머니... 아마도 그때즈음 부터,
몇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날수 있었기에,
태어나면서 부터 지금까지 '하느님' 이라는 분에 대해,
갈등하거나 고민해본적이 단한번도 없었으니,
이 얼마나 하느님의 크신 은총인가요...

저희 남편 요셉만 하더라도,
이모님이 스님 이실정도로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하느님을 만나기 까지 저와는 비교도 않되는 갈등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세상에는, 저보다 요셉과 비슷한 길을 걸어,
하느님을 만나시는 분들이 훨신더 많으시리라는 생각이듭니다.

연애시절 요셉과 저에대한 저희 가족들의 반대가 무척이나 심했었습니다.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온갖 구박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은, 사람이 갈라 놓을수 없다더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짓밟히고 밟힐수록 오히려 하느님은 저희의 사랑을 더욱 굳건히 세워 주셨습니다.

긴박해진 집안의 반대로 인해 더이상 집에서 나올 구실이 없던 저는,
성당에서 요셉을 만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데이트 핑게겸 요셉을 하느님께로 데려가고 싶은,
저의 간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요셉은 이 시점을,
'나에게 하느님의 빛이 당도하신 순간'
이라고 표현 합니다.

저의 치밀한 계획끝에, 요셉에게 성당에 가자며,
그래야 일요일에 내가 집에서 나올수가 있다고 꼬시기 시작하였습니다.
워낙에 제가 원하는 일에는 토달지 않고 흥흥 해주는 요셉이기에,
별로 내키는 얼굴빛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었습니다.

룰루랄라~ 기분이 참 좋았었답니다.
사랑하는 하느님께 뭔가 작은 일을 하나 해드린것 같았고,
연애하며 항상 고마웠던 요셉에게도 좋은 선물을 해준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의 계획이 드디어 실현되어야 하는 주일이 찾아왔습니다.
성당앞 주차장까지는 잘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차에서 내려 몇발짝만 걸어 성당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요셉이 차에서 내리지를 않는것 이었습니다!

한참의 침묵끝에 들리는 이야기...
"꼭 들어 가야만 하나? 그냥 여기서 기도하고 가면 않될까?"
애원하듯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는 요셉의 목소리에,
짧은 시간동안 수만가지 생각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냥, 오늘은 내가 안갈께..."

쉽게 내뱉은 말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 기억이 시작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지금 까지 미사에 빠져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다못해 임신기간 내내 제가 바랬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월요일에 아이가 나오는것 이었습니다.
일요일 미사를 드리고, 월요일에 아이를 낳으면,
일주일 쉬었다가 다음 주일 미사에는,
아이도 데리고 미사에 갈수 있겠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그런 저의 바램을 하느님은 들어주셨습니다.
진통중에 주일미사를 마치고, 바로 월요일 낮에 사무엘이 태어난것 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바로 그 주일 미사에,
갓태어난 사무엘과 함께 하느님 만나러 갈수 있었습니다.
저의 이 극성스러움 덕분에 사무엘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의 주일도 거른적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무엘에게 해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미사' 로 정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느님의 선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의 생애 자신이 받아야 할 몫을  다 받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뱃속에 있을때 부터 선물을 준비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미사를 좋아하는 제가 요셉에게 그런 발언을 하였던것 입니다.
지금도 이해할수 없는 참으로 미스테리한 사건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 희대의 사건을 두고 요셉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그날 제가 단호하게,
"안되! 오늘 성당 가기로 했잖아. 빨리 들어가자!", 라고 말했다면,
분명 그날 그 미사가 자기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을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기꺼이 그날의 미사를 희생하겠다 나오니,
그렇다면 자신도 저를 위해 희생 해주는것이 공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니다.

그리고 요셉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아내 골룸바의 주일미사 '한번' 을 양보하게 하시고,
 '내평생의' 주일미사를 얻어내셨으니, 하느님은 참 대단한 협상가 이시다!"

정말 요셉은 그 다음주일 부터 지금까지 단한번의 미사도 거르지 않고,
저와 함께, 그리고 지금은 사무엘과 함께, 하느님 대전으로 앞장서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요셉을 보면 거친 파도가 요동을 치는 깊고 깊은 바다가 떠오릅니다.
하느님을 향해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하느님께 대한 그만의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런 요셉에게 하느님은 아주 탐스러운 열매를 하나 맺어 주셨습니다.

한국에 사시는 요셉의 어머니께서,
어느날 갑자기 스스로 성당에 발걸음을 하신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머니 홀로 예비자 교리를 받으셨고, 세례를 받게되신것 입니다.
물론, 스님이신 이모님 몰래 말입니다. ^^

조금은 특별한 신앙생활을 하는 저라는 사람을,
요셉은 너무나 큰 마음으로 품어 줍니다.
그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 까지도,
요셉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어줍니다.
언제나 한마음, 한사랑으로 저를 품어 주는 요셉을 통해,
영원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참 많이 느끼며 살아갑니다.

얼마전 주님께서, 요셉의 어깨위에 목마를 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요셉보다 더 높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있기에,
당연히 그보다는 제가 멀리 바라볼수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즐거운 얼굴로 저를 목마 태우고,
제가 멀리 내다보며 지시하는 방향으로 제가 떨어질까 조심스레 걷고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순간 알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평온함은,
바로 날 태우고 조심조심 신중히 걸어가는 요셉이 있기에 가능한것임을 말입니다.
그의 희생과 수고가 하느님을 향해 내달리는 제 마음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일 저에게 요셉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무성한 숲속을 홀로 헤매며 걷다 지쳐서 벌써 쓰러져버렸을것 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오 18,15-20)

하느님의 찬란한 빛을 향해 저희는 오늘도 부지런히 걸어 갑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라 더 행복했고,
이제는 저희 둘만이 아니라 셋이라 더 행복합니다.
저희가 모인 곳에는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시기에,
세상 더 바랄것이 없는 저희들 입니다.

모든 영광을 아버지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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