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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랑해야 사랑받는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8 조회수81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일 - 사랑해야 사랑받는다

 

요즘 ‘워낭소리’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인기라기에 유투브를 통해 줄거리를 보았습니다. 5분 남짓한 줄거리지만 짧게 보면서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야기는 경북 봉화 한울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든의 한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30년 지기 친구인 황소와의 이별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는 발이 불편하십니다. 잘 걷지도 못하는 불편한 발로 그 황소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 구남매를 키워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소가 없으면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소도 할아버지를 닮아 발을 절뚝이며 이젠 밭을 제대로 갈 힘조차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밭을 그냥 놀릴 수는 없기에 기어 다니며 농사를 짓습니다. 아직도 할아버지는 농사를 짓기 위해 그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일터로 가십니다. 그 소의 나이는 지금 마흔입니다. 소는 평균 15년을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무려 마흔이니 그 상태는 안 봐도 뻔합니다. 할아버지도 절뚝절뚝 거리고 그 할아버지를 태운 소도 절뚝절뚝 거리며 보는 사람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걷습니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심지어 할머니가 마차를 밀어야 할 지경입니다.

이가 없어서 사료를 사 먹이지 못하고 지금도 여물을 끓여 먹입니다. 그것마저 젊은 소에게 밀려 제대로 먹지도 못해 여물을 줄 때도 할아버지가 항상 지켜 봐 줘야 합니다. 라디오가 작동이 되지 않자 할머니가 이 상황을 종합해 말해 줍니다.

“두드려보소. 라디오도 고물, 영감님도 고물, 다 됐네, 다 됐네, 하하하하...”

그런데 얼마 전에 소가 넘어졌습니다. 전문가는 소의 건강을 체크해봅니다. 오래 살 수 있냐는 할머니의 질문에 그 사람은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오래 산다는 것이 고작 1년. 할머니는 “낭패네!” 하시고 할아버지는 “안 그래~”하시며 못내 인정하려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9남매 자녀들은 할아버지에게 이제 그 소를 팔라고 종용합니다. 할아버지는 깊이 생각하신 후 무슨 마음에서인지 소를 팔기로 결심하십니다.

소도 매일 밭에 나가는 것과는 다른 시간에 또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함을 느끼고 자신의 운명을 짐작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주는 여물도 먹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또 한 번 이 상황을 해설하십니다.

“먹어, 니 죽으러 가는거 아니래. 니나 내나 고생 많이 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나가지고. 만날 날만 새면 들에 가고 비나 눈이오나 끌고 가고...”

우시장에서 할아버지는 값을 터무니없게 많이 부릅니다. 500만 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아마 평생 자신을 도와준 소를 판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셨는지 연신 담배만 태우시고 소는 급기야 굵은 눈물을 흘립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소를 팔지 않고 다시 데려 돌아옵니다.

어느 날 소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안타까운 할아버지의 재촉에도 소는 일어날 힘이 없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소의 고삐와 원앙을 풀어줍니다. 그 때 소는 그 의미를 안 듯 한 번 눈을 크게 뜨고는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고 다시는 들지 못합니다.

“고생하고 애 먹었다... 좋은데 가그레이... 우리 같이 가면 좋은데”

소는 올해 유난히 많은 땔감을 남겨놓고 그 마을에 묻혔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며 좀 억지같이 들리기는 하지만 이 소의 삶이 예수님의 삶과 닮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소가 주인을 위하여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아무런 불평 없이 쏟아 주고 마지막에 주인이 내다 팔려고 할 때도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예수님께서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으시고 또 그 인간들에 의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온순하게 당신의 생명까지 바치신 모습과 흡사합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결국 돈보다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소를 택하여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는 모습은 우리도 결국 모든 것을 내어 놓으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세상이 아닌 그분을 택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베드로의 집에 가시고 그 곳에 열병으로 누워있는 시몬의 장모를 치유해주시고 또 몰려오는 사람들의 갖가지 질병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내용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러나 사람들 입장에서 이렇게 모든 것을 해 주시는 예수님께 무엇을 해 드렸다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한 듯이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또한 그렇게 남김없이 내어주고 베푸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아무 불평도 하시지 않습니다.

새벽이 되자 예수님은 혼자 기도하러 외딴 곳으로 가십니다. 베드로와 그의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내고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하고 말합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예수님은 최대한 모든 이들에게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준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우리가 매일 미사 때 영하는 ‘성체’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몸까지도 생명의 양식으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고 계신 것입니다. 당신의 생명을 주셔서 우리가 살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랑을 베풀어 주시니, ‘모두 예수님을 찾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아야 하고 예수님께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도 당신을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왜 이리도 받기만 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예수님께 조그만 사랑이나마 드리려하지 못할까요? 과연 하루에 온통 우리를 위해 당신을 다 내어 놓으신 그 분을 몇 분이나 생각하며 살까요? 또 그 분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요?

 

사랑은 주는 것임을 알지만 우리는 사실 온전히 하느님과 사람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는 우리 안에 온전한 사랑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갖아야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질과 시간만 지니고 있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사랑의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리 큰 재벌이라도 가난뱅이일 수 있고 그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줄 것이 반드시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줄 것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실 에너지는 누구에게 받으신 것일까요? 바로 아버지께 받으신 것이고 그 에너지자체가 성령님입니다. 예수님은 더 온전하게 주시기 위해 홀로 외딴 곳에 가셔서 기도하시며 그 에너지를 충전하신 것입니다. 기도 이후에 예수님은 당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만 머물러 있으려하지 않으시고 다른 고을로 이동하자고 하십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이들을 놓아두고 또 미지의 세계로 사랑을 주시기 위해 떠나시는 예수님의 충만한 사랑의 에너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바로 새벽에 외딴 곳에서 기도하시며 얻으신 그 에너지의 힘인 것입니다.

 

사십년 동안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주고 떠난 소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고 하는지 모릅니다. 아마 동물들은 죄라는 이기심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행복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역사 이래 세상 누구도 예수님만큼 사랑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만큼 예수님의 내어주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만큼 행복하신 분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삶의 의미입니다. 사랑합시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을 합시다. 물론 그 사랑이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게 되어 있습니다. 하느님나라가 행복한 이유는 내가 하는 사랑 때문에 사랑받기 때문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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