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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딴곳은 어디인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7 조회수530 추천수7 반대(0) 신고
 
 
 

외딴곳은 어디인가 - 윤경재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마르 6,30-34)


 두 나무꾼이 산판에서 나무를 베고 있었습니다. 나무를 벤만큼 노임을 받으니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 나무꾼은 쉬지도 않고 나무에 도끼질 했으나, 다른 나무꾼은 때때로 그늘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쉬어가며 일했습니다. 며칠 뒤 임금을 계산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현장감독이 베어낸 통나무 더미를 보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와 크게 놀랍니다. 쉬어가며 도끼질한 나무꾼의 더미가 더 높이 쌓인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무 그늘에서 쉴 때 무뎌진 도끼날을 갈면서 피로에 지친 육체에 휴식을 주고 에너지를 재충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자신을 기다릴 가족을 떠올리며 행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자연히 땀 흘려 일한 보람이 솟아났고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선교여행을 떠났던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힘든 여행길에서 돌아와 심신이 몹시 지쳤지만, 자신들이 이뤄낸 결과에 고무되어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보고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각자 경험한 것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무언가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흥분한 그들이 숨을 쉴 기회를 주시려고 하였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거듭할수록 피로가 쌓이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수행도가 떨어지는데, 잠시 쉬며 피로를 회복하면서 주의 집중력을 높여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회상 효과’가 나타나 그 일에 대해 정리할 기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때 뜻밖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능률이 더 오른답니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도 나무 밑에서 쉴 때였고, 아르키메데스도 목욕탕에서 쉬다가 불현듯 부력의 원리를 생각해냈습니다. 부처님도 몸을 혹사하는 고행을 하다가 그만두고 내려와 우유죽을 얻어먹고 기력을 회복하여 보리수 아래에서 잠시 휴식 중 선정에 빠졌다가 새벽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는 말씀에는 여러 가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은 어느 정도를 넘으면 심신이 지치게 되고 그러면 사람에 따라 교만이나 우울감이 몰려오게 되는 법입니다. 그럴 때 휴식이 필요한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도 만물 창조를 엿새 동안 하시고 일곱째 날에는 안식을 취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늘 새벽에 일어나 아빠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시고 새 힘을 얻으셨습니다.


 외딴곳이라 번역한 그리스어는 황량한, 텅 빈, 한적한, 광야를 뜻하며 형용사가 명사로 쓰이는 eremos 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신 후에 나간 광야가 eremos 입니다. 광야는 유대인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신약성경에 이 단어가 28회나 나옵니다. 당시 제자들은 외딴곳이라는 단어의 뜻을 금세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딴곳에서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종말 때 벌어질 만찬례가 이 지상에서 미리 거행될 것입니다.


그 뒤에 성령께서는 곧 예수님을 광야(eremon)로 내보내셨다.” (마르 1,12)


 외딴곳은 악마가 마지막 기회를 노리며 극성을 부리는 장소이기도 하며 또 악마를 물리쳐 이겨내면 하느님의 은총을 맛 볼 수 있는 거룩한 곳이기도 합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외딴곳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야 합니다. 자기가 몸담고 일했던 곳에서 변화를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육체도 마음도 쉴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신앙인에게는 바로 성당이 외딴곳입니다. 성체를 모신 감실 앞이 광야입니다. 그곳에 고요히 무릎 꿇고 앉아서 집요하게 밀려드는 유혹도 이겨보고,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느껴보면서 안식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악마의 유혹은 있는 그대로를 살펴보고서 유머로 긴장을 풀며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합니다.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시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외딴곳으로 보내신 것처럼 우리도 가끔은 우리를 식별해줄 영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 외딴곳에서 성령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들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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