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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눈으로.. 34. 베싸이다의 목동 다윗과의 만남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6 조회수493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예수 그리스도)

 

 

제자들은 모두 잠이 들었지만, 나는 불을 지켜보며 아버지께 기도하고 있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죄에 빠지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몇 마디로 시작한 사소한 다툼이 죄를 짓게까지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다툼 때문에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에 차게 되고, 폭력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겸손과 사랑으로 의견 충돌을 막을 수만 있다면, 수많은 고통과 죄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을텐데... 눈이 스르르 감기며, 잠이 나를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내가 눈을 떳을때 제자들은 벌써 일어나 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

(중략)....


식사를 하고 있는데 베드로가 왔다.

"주님, 주님께서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랬구나, 베드로. 생각보다 더 피곤했던 모양이다."
"주님, 여기서 하루 더 지내며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걱정스럽게 베드로가 말했다.


"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여기는 아주 평화롭구나."

내가 허락하는 것을 듣고 모두가 다시 짐을 풀고 편안한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자 산책을 좀 다녀와야 겠다." 나는 제자들이 모두 듣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피곤하실 텐데 여기서 쉬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마태오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잠깐 아버지와 쉬고 오겠다."

마태오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나서 나는 제자들을 떠나 혼자 걸어갔다. 다시 야고보와 요한이 나를 몰래 따라오고 있었다.

약 30분쯤 걸어가니 양들이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아름다운 초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물씬 풍겨오는 풀 냄새를 맡으며 가슴 가득찬 기쁨에 겨워, 풀밭에 누워 눈을 감았다. 조금 있자니 양들이 점점 가까이 오기 시작했고, "매애.. 매애.." 하고 울어대는 양들의 소리를 점점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양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많은 양들이 나를 둘러쌋다. 머리를 만져 주니 양들도 내게 몸을 비벼댔다. 점점 더 크게 울어대는 양들에게 조용하라고 명령하자. 울음을 멈추고 모두들 조용히 내 곁에 드러누웠다. 부드러운 양털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양들 사이에 누워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양들을 데리고 뭣하고 계시는 겁니까?"

양들과 누워 있는 나를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 목동이었다.
"쉬고 있는 중이다."


"이런데서 쉬신다는 게 우습군요. 집이 없으십니까?"


목동의 물음에 나는 일어서서 온 세상을 향해 양팔을 펼쳤다.

 "이게 다 내 집이다."

"저.. 그런데 저는 우리 양들이 낯선 사람한테 가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거든요."

 

"양들한테는 내가 남이 아니란다." 하면서 나는 양 두마리를 양쪽에 안고 머리를 가볍게 쓸어 주었다.

 

 "양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양들은 사람에게 예민합니다. 양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니것 같습니다."

하면서 목동이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식사 하셨습니까? 저기 있는 제 막사 안에 국이 좀 있습니다. 오셔셔 저와 함께

드십시오."

 

"고맙다. 이렇게 인정이 많은 사람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구나. "


자기 막사로 나를 데리고 가면서 목동이 물었다.

"어떻게 하셨기에 우리 양들과 친해지셨습니까?"

목동이 어리둥절해 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너는 사랑으로 네 마음을 내게 열어 주었고, 음식도 권해 주었다. 나 역시 내 마음을

양들에게 열어주고 나의 사랑을 권했단다."

 

목동은 웃으면서 눈이 점점 더 둥그래졌다.

"그건 참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예수라고 한다."


"예수님, 저는 베싸이다에 사는 다윗입니다. 제 아버지가 이 양들의 주인인데, 막내 아들인 제가 양들을 지켜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어리지는 않습니다. 스물두살이거든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양들을 지키게 하십니다.

아버지는 제게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제게는 전혀 벌이 아닙니다. 저는 혼자 있는게 좋거든요. 성서 읽을 시간도 있고, 하느님을 생각할 시간도 있으니까요.

여기 나와 있으면 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만나게 해 줍니다. 동물, 식물,

하늘, 비, 태양.. 모든 것이 말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안에 계시는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십니다." 목동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다윗아, 너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너 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단다."
나는 목동의 마음속에 있는 기쁨, 하느님을 사랑하는 그 기쁨에 감동하였다.


"저는 사제가 되고 싶은데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제 마음이 허공에 떠 있다고 하시면서, 빨리 가정을 이루어 아버지 사업에 더 전심하라고만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을 더 알고 싶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하느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십니까?" 목동은 천진하게 물었다.

 

"나는 나다. (I AM) .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항상 있을 것이다." 하고 말했다.

목동은 어리둥절하여 나를 쳐다보면서 더 이상 묻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다 왔습니다. 여깁니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막사에 도착하자 목동은 나에게 국 한 그릇을 권했다. 채소로 만든 맛있는 국이었다.

 

"하느님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알고 싶었습니다."


"너처럼 나도 모든 조물 속에서 하느님을 만난다. 모든 동물과 모든 식물, 자연의 모든 것 안에서, 그리고 모든 남자와 여자한테서 하느님의 사랑을 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그 사랑을 파괴하려는 것을 슬픈 마음으로

지켜본다."

 

"제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기는 하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고,

돈과 직위만 생각하십니다. 그건 슬픈일입니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네가 너의 모든 양들을 사랑하고, 가끔 엉뚱한 길로 떨어져 나가 헤매는 양들까지도 사랑하듯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모든 자녀들을 사랑하신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자녀들이, 길을 잃고 해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찾도록 도와 주기를 바라고 계신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성서 말씀에 의하면 저는 아버지께 순명해야만 합니다." 목동의 목소리는 실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기 나와 있으면 저는 기도도 하고 독서도 할 수 있습니다"

 

"너는 아버지께 마음을 털어놓고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드려 본적이 있느냐?"


"한번도 없습니다. 겁이 나서요"


"그럼, 이제 내가 가르쳐 주마. 아버지한테 가거든 마음을 터놓고 말씀 드려라. 네말을 들으시면, 네가 원하는 것을 허락하실 것이다. 너는 잘 모르고 있지만, 아버지는 너를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에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지. 그때 아버지가 우물 안으로 내려가서, 도와 줄 사람이 올 때까지 세 시간이나 너를 물 위로 들어 올려 놓고 있던 일을 생각 해보아라. 팔이 아파서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지만 너를 놓치지 않으셨고, 마을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자신은 염두에도 없고 우선 너부터 건네

주지 않으셨니?

그것이 너에 대한 네 아버지의 사랑이다. 아버지한테 말씀 드려라. 그러면 네 소망을

들어 주실것이다."


놀라서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목동이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때 거기에 계셨습니까?"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나는 네 평생을 잘 알고 있다. 너는 이제부터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 봉사하며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목동은 내 눈을 뚫어지게 보더니, "주님!" 하며 무릎을 꿇었다.


"다윗아, 너는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다. 언젠가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사람의 죄를 등에 지고 가는 것을 보면서, 너는 내가 왜 그런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고난은 이 세상의 모든 양들을 이끌어갈 목자가 되기 위해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의 그 고난의 길을 막을 방도가 너에게 도저히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 두도록 하여라."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 날, 군중속에서 너무도 간절하게 나를 돕고 싶어 하겠지만 도울 수 없는 다윗을 생각하며 말했다.
"주님!" 다윗이 나를 쳐다보며 결연하게 말했다.

"주님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보살펴 주고, 내 제자들이 학대받는 것을 보면 도와 주어라."

 

"하겠습니다. 주님, 약속합니다."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진실로 따르는 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참된 길로 인도할 것도 알고 있었다. 국을 다 먹은 후 나는 그의 막사를 떠났다. 내가 초원을 건너가는데,

목동이 소리쳤다. "오늘 제 아버지한테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제자들에게 돌아왔을 때는 한낮이 지나고 있었다.
시몬이 와서 말했다. "주님, 푹 쉬셨습니까?"
"그렇다. 아주 유익한 휴식이었다."

 

바로 그때 야고보와 요한도 돌아왔는데, 눈에 안띄려고 애를 썻다.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자, 야고보가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주님께서 그렇게 오래 걸으셨으니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나봅니다."

요한이 야고보의 옆구리를 쥐어박으며 노려봤다.

 

"그렇다, 야고보. 하느님을 사랑하고, 언젠가는 수많은 영혼들을 빛의 길로 이끌어 올 한 목동을 만났다."

동생 요한의 말없는 위협에 눌려 야고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어느 젊은이한테서 지혜로운 마음과, 하느님께 대한 깊은 사랑을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말을 마치고 나서 나는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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