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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2일 야곱의 우물- 마르 2, 23-28 묵상/ 화려한 주말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2 조회수492 추천수5 반대(0) 신고

화려한 주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마르 2,23-­28)
 
김현숙 수녀(노틀담수녀회)
◆“이번 주말엔 뭐해요?” 주말이 화려할수록 멋진 인생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며 으레 주고받는 인사다. 나의 안식일도 언제나 미리 스케줄이 짜여진다. 주일미사를 성대하게 드리고 고요히 하느님과 사귀는 날로 지내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무언가 스케줄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손해 보는 듯 무능한 듯 생각되어 강박에 쫓기듯 계획을 짠다. 밀린 일, 밀린 빨래, 방 정리, 수업 준비, 영화 구경, 가벼운 등산, 누군가와 미팅, 못다한 숙원 사업 등. 어쩌다 주어지는 연휴엔 더 많은 계획과 일거리를 미리 준비해 둔다. 계획으로 채워진 주말을 기다리다가, 지나간 주말을 못내 아쉬워하는 월요일엔 어김없이 만성 월요병 증후군에 시달린다.
 
사람을 위한 안식일이 아니라 안식일을 위한 사람으로 전도되는 현실. 안식일의 주인이며 사람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부담스럽게 모시고 재빨리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우리의 주일. 어느새 우리가 안식일의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 김남주 시인은 아들이 사는 시대에는 노동자들이 토요일·일요일에 안식을 취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열망하며 아들의 이름을 ‘토일’이라고 지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자유·풍요·이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과연 그 옛날 의식주에 허덕이던 시절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가? 우리는 지금 어떤 이상을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학창 시절에는 가족과 함께 곱게 차려입고 미사를 드리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이런 꿈을 그리기도 했다. 화사한 봄날 주일, 온 가족이 말끔하게 차려입고 미사에 참례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린아이들 손엔 풍선을 쥐어주고 들녘을 걸어가는 행복한 가정!
안식일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면 예수님은 그와 함께 안식일에도 일하실 것이다. 안식일에 주님을 예배하고 축복을 청하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은 그들의 예배를 받으시고 축복을 주실 것이다. 바리사이 같은 나의 안식일에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나와 함께 밀 이삭을 뜯지 않겠니? 나와 함께 미사에 참석하지 않겠니?”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어떤 의사가 꾀병은 고칠 수 있지만 월요병은 고칠 수 없다고 했는지 말이다. 예수님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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