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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기도를 넘어서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6 조회수566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4주간 토요일 - 기도를 넘어서

 

며칠 전에 작년 제가 추천서를 써준 수녀원 입회한 자매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저의 첫 딸이니만큼 잊지 않고 기도해주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길은 자신이 가는 것이기에 수녀원 들어가서 어떻게 살라고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해 주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기도에 맛을 들여라.’였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잘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만 바라보며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는 시간인 기도가 휴식과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와 일이 되어버린다면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녀원에서 의무로 해야 하는 성체조배 시간이 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매는 점심 설거지를 하고 잠깐 혼자 성체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함께 성체조배 하는 시간보다 더 좋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애인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것보다는 단 둘이 만나는 것이 더 행복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복음전파를 마치고 예수님께로 다시 모여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와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고 하시며 배를 타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함께 떠나십니다.

사막의 교부 안토니오 성인은 사막에서 은수생활을 하다가도 도시에 나가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사막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도시에 머물지 않고 왜 자꾸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으로 돌아가느냐고 사람들이 묻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지요.”

성인에게는 사막이 바로 물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와 친밀히 만나는 것은 힘들어집니다. 정신이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딴곳으로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데려가신 이유는 번잡한 세상을 떠나서 사도들이 당신과만 머물게 하심으로써 그들에게 다시 힘을 주시기 위함인 것입니다.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치에만 있는 것을 보고 언니 마르타는 예수님께 동생도 좀 일을 하라고 말씀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너무 많은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참으로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예수님과 교회를 위해 외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와 머물 줄 아는 영성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배가 떠나는 것을 보고는 육로를 통하여 배가 도착할 곳에 먼저 가서 기다립니다. 좀 쉬려고 했던 사도들은 실망을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마치 목자 없는 양들과 같아서 당신이 직접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예수님은 외딴곳으로 가서 사도들과만 함께 머물며 그들에게 휴식을 주시지 않고 다시 일을 시작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기도로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들이 원하면 그 기도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보다 더 큰 것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저도 본당에서 힘들게 일하다 잠깐 시간 내어 혼자 조용히 기도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와서 면담이나 고해성사를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나가기 싫습니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한다면 그것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조금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박차고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기도보다는 항상 사랑의 실천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는 자신의 수도원에서 성체 앞에만 앉아있는 수녀님이 있었는데 그 수녀가 성당에만 앉아있는 것을 보면 불러서 일부러 다른 일을 시키곤 하였습니다. 휴식에만 푹 빠져있어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영적 게으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우선 시간 있을 때면 외딴곳으로 들어가 그리스도와 함께 머무는 것을 휴식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하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은, 기도 중에 혹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 달콤한 기도도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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