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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기보다는 절제와 기도를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1 조회수594 추천수6 반대(0) 신고
 
 
 

금기보다는 절제와 기도를  - 윤경재


마르 7,14-23


 사람들은 자기가 먹은 음식물에 대해 놀라운 기억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적에 맛있게 먹은 음식 맛을 평생 기억합니다. 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쩌다가 배탈이 났었다면 먹는 행위와 그 결과로 생긴 배탈을 연관 지어 학습하는 능력도 뛰어나 나중에 그 음식을 다시 섭취했을 때 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과관계를 학습하여 생명유지에 위험성을 예방하는 능력을 가르시아 효과라고 부르고, 그것이 병적반응까지 되면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 중에 상당수는 가르시아 효과로 인해 심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지 항체가 생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최면 등으로 그 음식에 대한 나쁜 기억을 없애주면 알레르기도 사라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탈이 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거부하는 심리가 알레르기를 일으킨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 결국 한 부족이 금기하는 음식이 되고 맙니다. 그런 경험이 종교의식과 결부되면 다시 되 돌이킬 수 없는 제약이 되고 맙니다. 셈족과 유대인들이 음식 금기를 크게 부각하는 이유도 유랑민족이 보관하기 어려운 음식이나 신선하지 못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난 집단 경험이 만들었습니다. 또 음식 금기를 통해서 자신들이 한 공동체라는 의식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금기(타부)가 원시종교의 특징이라고 말합니다. 금기는 다른 부족과 차별하는 수단이 되었으며,  고등종교로 변할수록 금기가 줄어들고 그만큼 이방인에 대해 관용을 베푼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정결례와 음식금기에 매달려 하느님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시고자 하셨습니다. 우리끼리라는 部族형 사고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셨습니다. 부족형 인간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극히 헌신하지만, 집단 바깥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릅니다. 부족형 인간일수록 광기에 빠져들기 쉽고 이성의 억제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종교 간의 전쟁을 보면 한낱 조직 폭력배나 다름없는 짓을 저지르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근거합니다. 작은 음식금기가 전쟁으로 치달은 것입니다.


 음식물과 같이 가치중립적인 것에 꼭 의미를 부여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견이 사람들이 저지르는 모든 죄악의 원인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자기 손에 죄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율법의 울타리를 높게 쌓는 일도 결국은 눈 가리고 야옹하는 짓일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모든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산 북미 인디언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금기하지 않았고 오직 절제하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작은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하더라도 사슴에게 용서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라. 인간이건 동식물이건 간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소망에 경의를 표하라 비록 그대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자연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언제 어디서나 오직 진실하게 행동하라. 정직은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거쳐야 할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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