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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행복은 초라하게 드러난다.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1 조회수1,198 추천수11 반대(0) 신고

 

참 행복은 초라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자주 ‘행복’이라는 개념을 잘못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거짓 행복에 매달려 참 행복을 내던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성서에 보면 은총과 축복이 가득한 인생들이 그 팔자가 사납고 기구한 모습을 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이 세속의 사정과는 거리가 멀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길은 참으로 묘합니다. 그것이 분명 축복의 길이요 은혜의 길이지만, 그러나 신앙으로 걸어가는 세상의 길은 실로 고난의 길이요 눈물의 길입니다. 그래서 불가의 어떤 큰 스님은 우리의 성자들을 가리켜 ‘그들은 전생에 죄가 많았던 이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신앙은 정말 겨자씨보다도 더 작게 보입니다.


   흔히, “믿음이 밥 먹여 주는냐?”는 말들을 합니다. 신앙은 오히려 잘 먹고 잘살려는 자들에겐 성가시고도 귀찮은 존재입니다. 적어도 믿지 않는 이들은 그렇게 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말씀하시면서 그것은 마치 겨자씨와 같다고 하셨습니다.(마르코 4.30-32)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은 것이지만 심어 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도 크게 자라고 큰 가지를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 만큼 된다고 했습니다.


   신앙이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 해서 처음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앞에 황홀한 세계로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겨자씨보다 더 작게 보입니다. 세상의 다른 것과 비교할 때 너무 빈약하고 어리석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을 때, 신앙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를 잘 알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베짱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나 부르며 놀고 있지만 개미는 오로지 쉬지 않고 일만 합니다. 베짱이가 볼 때 개미는 매우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입니다. 이 좋은 세상을 저렇게 바보처럼 고생할 필요가 없는데도 개미는 마치 무슨 노예처럼 그렇게 평생을 일만 하며 지냅니다.


   그러나 겨울이 왔을 때 그들의 처지는 뒤바뀌게 됩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베짱이는 불쌍한 거지가 되어 개미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구걸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 풍채 좋던 모습은 다 사라졌으며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였던 개미 앞에 베짱이는 실로 처절한 신세가 됩니다. 한 마디로, 행복과 불행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한 세상 잘 먹고 잘 노는 것이 결코 행복이 아닙니다. 비록 못 먹고 못 살아도 인생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을 때,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요 기쁨인 것입니다.


   신앙이 바로 그렇습니다. 주일에 미사 참례하고 또는 레지오 활동을 하며 수고하고 봉사하는 것이, 아주 미련하게 보이고 무슨 큰 손해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남들은 장사하고 일해서 돈벌 때 나만 성당에 나가 시간 빼앗기고 헌금하는 것이 무슨 큰 불이익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자주 베짱이처럼 신앙의 편한 함을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베짱이 같은 생활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직하고 바보스런 개미나 꿀벌이하는 수고에서 신앙은 그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나 고민 없이 하느님 나라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억울하고 눈물 날 때가 오히려 성장의 시기요, 은총의 시기입니다.

 

▒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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