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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공정거래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17 조회수492 추천수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불공정거래

 

연중 제20주일

(2014. 8. 17 이사 56,1.6-7; 로마 11,13-15.29-32; 마태 15,21-28)

 

오늘 바오로 사도의 안타까운 호소에 마음이 시립니다.

하느님께 선택받은 백성인 이스라엘인들이

오히려 주님을 부인하고 등을 돌리는 현실이

너무 아파서

자신의 피붙이를 “몇 사람만이라도 구원할” 수 있기를 갈망하는

사도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이되어옵니다.

하물며 수천 년을 벼르고 별러

마침내 당신 아들을 제물로 삼으셨던 하느님의 심정은

오죽이나 쓰렸을까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이 영 뚱딴지같습니다.

평소에 뵙던 예수님모습이 아닙니다.

마귀가 들어 고통을 당하고 있는 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청하는 가나안 여인을 완전히 무시하십니다.

오죽이나 극성맞게 꽁무니를 따라오면서 소리를 질러댔으면

제자들이 제발 “돌려보내십시오”라고 사정을 했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그 여인을 본 둥 만 둥 하십니다.

그 소리를 들은 둥 만둥 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 앞으로 다가와

엎드려 절하며 도움을 청하는 그녀에게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쌀쌀맞은 어투로 답을 하십니다.

그날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어안이 벙벙했을 법합니다.

주님이 보여주신 모습이 민망스러웠을 법합니다.

실망이라고...

예수님도 별수 없는 인간일 뿐이라고...

지레짐작하며 마음이 씁쓰레해서 돌아선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 복음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딸의 치유는 물론이고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라는 칭찬까지 들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다면 쓰는 김에 확 쓰실 일이지

꼼지락꼼지락 이리재고 저리재 듯 시간을 끄셨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1독서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오직 믿음이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믿음이란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는 일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임을 일깨웁니다.

공정이란 말은

상당히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공정이란 말은 이슈가 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도록

공정하지 못한 대우가 사라져야한다는 정의의 목소리가 높아진 덕입니다.

그런데 문득 하느님과 우리 사이는

모든 것이 불공정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애초부터

불공정 거래를 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에게 아무 값없이 제공하고 계시기에 그렇습니다.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주님의 것을 날름날름 받아 챙겨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처럼 공정을 요구하지 않고

불공정을 살아갈 것을 요구하십니다.

당신을 닮기 위해서는

이익을 따지지 않고

손해를 계산하지 않고

무조건 내어주고 퍼주고 살아가야한다고 이르십니다.

때문에 오늘 바오로 사도는

동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까닭에

동족을 무척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렇게나 엄청난 소원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이라 깨닫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불공정 거래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정의의 이름으로 공정을 부르짖는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한다면

싫은 사람에게도 듬뿍 내어줄 것을 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닮기 위해서는

미운 사람에게도 아낌없이 건네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원수에게도 몽땅 털어내어 주는 방법이 최고라고 이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삶의 주제가 바뀌는 것이 믿음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삶의 목표가 달라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오로지 “몇 사람만이라도 구원”할 생각에 골몰하여 계신 그분을

못 견디게 사랑하기 원합니다.

그 사랑 때문에

무조건 내어주고 퍼주는 불공정거래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주님을 닮을 때에

이 땅에서의 삶을 천국처럼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장재봉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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