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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룩 없이 순수한 성체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7 조회수573 추천수8 반대(0) 신고
 
 

누룩 없이 순수한 성체 - 윤경재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마르 8,14-21)

 

 우리 속담에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경구가 있습니다. 남자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졸병시절에 고참병에게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결심합니다. 내가 고참병이 되면 이런 비인간적인 수모는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끊어 버리겠노라고 맹세합니다. 그런데 막상 고참병이 되면 그 태도가 싹 바뀌어버립니다. 그래서 수십 년간 구타와 학대가 끊이지 않고 전통처럼 내려왔습니다. 심지어는 그 말투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호되게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를 흉보며 내 며느리는 딸처럼 귀여워해야지 말해놓고는 나중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더 못살게 굴기도 합니다.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는 모습을 보며 제자들은 바리사이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약점을 낱낱이 파악하고 계시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주셨습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남을 욕하면서 배우는 속물근성을 경계하신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찾기보다 자신들의 명예와 부를 더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자신의 판단을 더 앞세웠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서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수제자 베드로는 바리사이와 같은 행동을 취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첫 수난예고를 제자들에게 알려주시자 베드로는 앞장서서 반박하였습니다. 그도 주님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의 뜻을 내세운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습니다. 아무리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일을 헤아리지 않고 사람의 일을 먼저 내세운다면 그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누룩은 어떤 조건에만 맞으면 밀가루를 부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주 적은 양의 누룩이 섞였더라도 밀가루는 그 힘을 억제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누룩을 넣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체성사를 위한 전병에는 일절 누룩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순전히 밀가루만으로 전병을 굽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만을 찾으셨던 예수님을 나타내는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내 안에 누룩이 들어 있다면 우리는 실제 모습보다 부풀게 되고, 그 부푼 것을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그 안에는 헛된 공기만 차 있는 것도 모르는 채 과장된 모습을 자기로 알고 젠체하게 됩니다. 또 그 모습은 누룩이 들어간 정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합니다. 원래의 모습을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유혹의 힘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미사 전례에서 영성체를 거행할 때 예수님의 순수한 성체를 우리 안에 모십니다. 바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사탄의 누룩을 없애버리고 거룩한 성체만을 모시겠다는 믿음의 행동입니다. 내 안에서 함께 탄식하시는 성령께서 더 큰 힘을 내시도록 우리 스스로 비우는 행동입니다. 내안에 자리 잡은 바리사이와 헤로데의 누룩은 없는지 살펴 온전히 순수한 성체만을 모시기로 결심하면서 전례에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욕하면서 배우는 행동만큼이나 경계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칭찬하면서도 배우지 않는 태도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참 신앙인이라 부를 만한 분들이 계십니다. 매일 미사에 참여하시고 봉사와 선행을 도맡아 실천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훌륭하신 사제와 수도자님들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분들은 순수한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십니다. 

 특히 어제 영면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은 우리에게 귀감이 될 모습을 언제나 보여 주셨습니다. 순수한 성체와 같은 모습을 지키셨습니다. 늘 서로에게 밥이 되는 삶을 살자며 말씀하셨고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에 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김 추기경님은 하느님 대전에 들어가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계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분의 성덕을 칭찬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배우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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