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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덤으로 사는 인생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7 조회수516 추천수7 반대(0) 신고

아침 일찍 접한 비보에 정신이 멍했습니다. 신자라면 아니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추기경님께서 살아 오신 삶을 아는 사람은 모두 슬픔에 잠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기억하는 모든 이가 한마음으로 그분을 위한 기도를 바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령 기도부터 시작하여 추기경님을 세상의 아버지처럼 모시고 살아 가시는 한국의 모든 사제를 위한 기도, 묵주기도 부활의 신비 그리고 저를 위한 오늘의 기도까지 촛불을 켜고 성모님을 모시고 함께 기도를 바치니 마음이 진정 되었습니다. 슬프지 않는 것은 아니나 슬픔이 나를 지배하지는 않는 듯하였습니다.

오늘 미사에는 검은 쟈켓을 입고 갔습니다. 신자들이 자유롭게 기도하는 신자들의 기도에서 큰 목소리로 약간은 떨리고 목이 잠겼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Pray for the Cardinal, Stephano Kim who passed away yesterday in Korea.

May him rest in Christ forever. Let us pray to the Lord.

둘이서 셋이서 하는 기도는 주님 반드시 들어 주신다 믿기 때문에 미국 성당이지만 아침의 미사를 통해 주님의 일꾼으로 살다 가신 추기경님을 위해 함께 기도 드리고 싶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 드렸으리라 믿습니다.

미사를 드리고 신부님과 악수하며 인사드리니 오늘도 좋은 하루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부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일상의 계획대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제가 죽을 뻔 했던 두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두번 다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전에 얘기해 드린 것도 같은데 아무튼 저희가 1999년 미국에 온 첫해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는 11월의 저의 생일인 어느 날 밥도 먹을 겸 장도 볼 겸 1시간 남짓 운전해서 대도시에 갔다가 돌아 오는 길에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던 일과 작년 봄에 사고를 모면한 일이 생각 났습니다.  새로 이사한 이곳에 적응을 못하고 마음의 병이 생기고 외로움이 너무나 심해져서 우울증까지 생겼을 때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서 오다가 신호등 앞에서 크로스로 지나가는 차 앞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아 가까스로 대형 사고를 모면한 사건입니다. 첫번째 사고는 상대의 과오였고 두 번째 사건은 전적으로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급정거를 하고 다시 천천히 운전해 가면서 뒤를 돌아다 보니 제가 빨간 불인데 달렸던 거란 걸 알았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것에도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걱정과 근심이 나를 짓눌러 제가 올바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켰습니다.

가까스로 사고를 모면한 그 사건 이후로 사실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뒤에 타고 있던 아이들 생각에 집에 돌아 와서는 펑펑 울었습니다. 하느님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 드리며 한 대 크게 얻어 맞은 것처럼 그렇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말로 해도 제가 귀를 막고 듣지 않으니 주님께서 극약 처방을 하셨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예전처럼 다시 살아 나게 되었습니다. 곁에 사랑을 나눌 한국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만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가 없어도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연이라는 친구를 새롭게 보는 눈도 뜨게 해 주시고 가까이 살지 않아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영적으로 연결된 사람과 기도를 통한 친교를 나누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제 옆으로 사랑을 나눌 사람을 주님은 직접 보내 주셨습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란 말이 어떤 말인지 저는 압니다. 주님께서 때가 되지 않았으니 준비를 더 하고 주님을 만나러 오라고 하신 것도 압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살려 주신 제 삶을 오로지 주님을 위해 바쳐도 저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주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주님이 저를 살려 주셨음을 한치의 의심의 여지 없이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신 이 세상의 삶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만 고민합니다. 오늘 추기경님께서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조금이나마 그분을 닮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추기경님처럼 저도 고맙다는 말로 내 생애를 마감하고, 마지막 줄 수 있는 모든 것까지 아낌없이 주고 싶으며, 영적으로는 더욱 강해져 주님과 끝날까지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모습으로 살다가 가고 싶다는 소망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제가 작고 미약하고 보잘 것 없는 죄 많은 인간이지만 저를 이 세상에 내어 주시고 죽을 고비에서 살려 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기도 바랍니다. 큰 일이 아니지만 나의 일상에서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모두 주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 될 수 있도록 늘 깨어서 주님께 기도하고 그분의 뜻을 물어 보는 삶도 제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입니다.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쓰다 보니 마치 제가 대단한 꿈을 품고 살아 가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절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만나는 사람에게 하느님을 닮은 친절과 미소를 보여 주는 일,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않는 일, 나의 가족을 성심껏 돌보는 일, 공동체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을 거절하지 않는 일 등으로 저는 그냥 매일 매일 충실히 살아갈 것입니다.

김 수환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빌며 오늘 저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추기경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주님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희망차게 살아가시길 빕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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